금융기관의 대출증가세가 이어지고 신도시 건설재원 마련을 위해 건설 공기업들이 기업어음(CP) 발행을 늘리면서 지난달 유동성 증가율이 카드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10월중 광의유동성 동향에 따르면 10월말 기준으로 나라 전체의 유동성 규모를 나타내는 광의유동성 잔액(잠정)은 1,787조1,000억원으로 한달간 8조3,000억원(0.5%)이 늘었다.
추석자금 방출이 집중됐던 9월 증가액 24조원(1.4%)보다는 증가폭이 다소 줄어들었지만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서는 무려 10.2%나 상승해 전년 동월 대비로 2003년 3월 이후 3년7개월 만에 최대 증가율을 보였다. 유동성 증가율은 지난 6월 9.1%에서 7월 8.5%로 하락한 뒤 8월 9.3%, 9월 10.1%로 넉 달째 증가 추세에 있다.
10월 들어 유동성이 급증한 것은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금융기관의 대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건설 공기업들이 신도시 건설과 관련 토지매입 등을 위해 기업어음(CP) 발행을 늘린 게 주요 원인이다. 정부와 기업이 공급한 유동성 잔액은 288조9,000억원으로 한달간 6조5,000억원(2.3%)이 증가했다.
이중 건설공기업의 토지매입자금용 CP발행에 따른 유동성 증가액이 4조6,000억원에 달해 대부분을 차지했다. 또 금융기관의 유동성 잔액도 1,498조2,000억원으로 1조8,000억원(0.1%)이 증가했다. 결국 최근 늘어난 유동성의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 관련 자금이었던 셈이다.
한편 광의유동성 가운데 초단기유동성(현금 및 결제성상품) 비중은 18.8%로 전달에 비해 0.4%포인트 하락했고 현금 및 요구불 예금, 만기 6개월미만 금융상품으로 구성된 단기유동성 비중도 전달보다 0.3%포인트 하락한 29.4%를 나타냈다.
한은 금융통계팀 정유성 차장은 "초단기유동성의 감소는 월말 부가세 납부 등으로 요구불 예금에서 결제성 자금이 일시 빠져나간 데다 9월말 휴일과 겹쳐 자금결제가 10월초로 이월되는 일시적 효과로 된 데 따른 일시적인 효과"라고 설명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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