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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를 만드는 사람들/구학서 부회장, M&A까지 전권행사 '오너급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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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를 만드는 사람들/구학서 부회장, M&A까지 전권행사 '오너급 CEO'

입력
2006.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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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초의 할인점 100호 점포 달성, 삼성전자 주가에 육박하는 주가 고공상승, 상속세 납부선언을 통한 경영권 승계…'

외환위기 이후 신세계는 국내에서 가장 잘 나가는 그룹 1순위로 꼽힌다. 모기업 삼성에서 분리(1992년)된 지 10여년 만에 신세계가 유통업계의 터줏대감인 롯데에 버금가는 '공룡'으로 급성장하는 데에는 구학서 부회장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1999년부터 그룹 대표이사 사장을 맡은 그는 당시 연 매출 3조원 대의 신세계를 일약 13조원대로 성장 시켰다. 이 달 1일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해 '오너급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위상을 과시했다.

구 부회장은 "신세계의 성공은 오너와 전문경영인 간에 철저한 역할분담이 이뤄진 덕분"이라고 단언한다. 오너는 오너로서의 역할을 하고,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전통이 확립되면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오너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은 인사를 제외하고는 그룹 전체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인테리어, 기업 이미지 광고 정도에만 의견을 낸다.

신규 부지 매입, 점포 출점은 물론이고 초대형 기업 인수ㆍ합병 결정도 구 회장이 전권 가지고 결정한다. 실제 올해 5월 전격적으로 발표된 8,200억원 대의 월마트 인수ㆍ합병도 조인식 3,4일 전에야 이 회장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그룹 후계 구도나 경영권 이양 등의 민감 사안도 스스럼없이 공개할 정도로 전폭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 그는 "이 회장은 '오너는 서류에 서명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아버지(이병철 전 삼성 회장)의 철학을 가장 잘 따르고 있는 분"이라고 평가한다.

전문경영인의 역할을 전적으로 인정해 준다는 것이다. 그는 "이건희 회장이 아버지를 뛰어넘으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 이명희 회장은 지금도 이병철 회장이 써준 메모를 들여다보는 등 자녀들 중 아버지와 가장 많이 닮았다"고 말했다.

구 부회장과 이명희 회장과의 인연은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비서실에서 재무팀 과장을 맡던 197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주 배당금 등을 이 부회장에게 전달하면서 인연을 맺게 됐고, 그의 꼼꼼한 일처리를 눈여겨본 이 회장이 신세계의 분리 직후인 1996년 이 부회장을 불러 들였다.

유통분야 경험이 전무했지만 그는 삼성그룹 내 재무통으로 쌓아온 '자산관리 노하우'를 십분 발휘했다. 유통사업의 핵심을 '입지사업'으로 간파한 그는 그룹 역량을 할인점에 집중, 백화점 예정 부지들을 모두 이마트 부지로 바꿨다. 또 미국계 할인점 코스트코홀세일 매각자금으로 당시 폭락했던 전국 핵심 상권 부지를 사들여 이마트 성장의 기반을 닦았다.

올해 이뤄진 월마트 인수도 그가 2년 여 전부터 착실히 준비해왔던 사업이다. 인수ㆍ합병 뒤 월마트 점포들의 자산가치를 재평가해보니 1,000억원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나 까르푸 인수 못 지 않은 성공으로 자평한다.

그는 "오너의 간섭 없이 홀로 결정하려면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오너가 내 결정의 99%를 신임한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 신세계 만큼 전문경영인의 권한이 많은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신세계의 최대주주가 될 정용진 부회장에 대해 그는 "지금 당장 그룹을 맡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며 "남성인 만큼 어머니보다 선 굵은 역할을 하겠지만 신세계의 '전문경영인 체제'는 변함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정용진 부회장 "어머니보다 많은 역할 할 것"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 중입니다. 남자인 만큼 회장님(이명희 신세계 회장)보다는 훨씬 많은 부분의 역할을 할 것입니다."

올해 5월 중국 상하이 이마트 7호점 개장식에서 던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당시 부사장)의 이 한마디는 외부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룹 내부에서는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장남인 정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 단계에 도달했다는 대내외적인 신호였다.

신세계 그룹에 '정용진 시대'가 활짝 열렸다. 인기 여배우와의 결혼과 파경, 광주 신세계 지분 인수를 둘러싼 참여연대의 고발 등으로 그간 '밀실 속의 황태자'로 남아 있던 정 부회장이 그룹 후계자로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월마트 인수ㆍ합병식 등 올해 주요 공개석상에 참석하는 것을 비롯해 7월 기자들 앞에서 '결혼하고 싶다'고 심경을 밝히는 등 자신의 이미지 개선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9월 부친(정재은 명예회장)의 지분을 넘겨받으며 그룹의 2대 주주가 된 그는 이 달 초 그룹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 명실상부한 그룹 후계자로서의 위치를 마무리했다.

정 부회장에 대한 그룹 내부 평가도 좋은 편이다. 그는 직원과의 스킨십에 매우 익숙하다.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구내식당에서 사원들과 점심을 먹고, 술자리에서는 막걸리도 마다 않고 직원들과 어울리길 즐긴다.

여기에 미국 유학(브라운대 경제학과) 시절의 경험을 살려 스타벅스를 도입하고, 신세계 강남점 식품관을 고급화하는 등 식ㆍ음료 분야에서는 이미 상당한 성과를 냈다. 이제 부회장 직함을 단 만큼 점차 인사권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의 여동생이자 신세계의 3대 주주인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는 호텔 경영쪽에 전념하고 있다. 자신의 전공(이화여대 미대,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 졸업)을 살려 객실 이노베이션과 레스토랑 인테리어 등에 참여하는 등 호텔 실무 경영을 쌓고 있다.

정 상무는 명품사업에도 관심이 높아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에 선보이는 신세계의 명품 아울렛 사업인 신세계 첼시 개장 시 어떤 역량을 보여줄 지도 관심거리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책임경영제 성공시킨 전문경영인들

신세계 '놀라운' 성공의 뒤에는 곳곳에 배치돼 있는 경쟁력을 갖춘 임원들의 공로 있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외환위기를 거치며 내우외환을 겪은 신세계는 1999년 백화점과 이마트 부문 대표체제로 전열을 정비해 공격적인 확장 공세에 나섰다. 이때부터 팀워크를 기반으로 한 강한 추진력과 책임경영을 강조하면서 전문 경영인들의 능력이 서서히 부각되기 시작했다.

백화점부문

백화점 영업전략실과 점장, 영업본부장을 역임한 석강 백화점부문 대표는 뛰어난 지장으로 평가 받는다. 최근 본점 재개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신세계의 모태인 백화점부문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내년 초 죽전점을 필두로 부산센텀시티점, 의정부역사점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 이마트의 위세에 눌렸던 백화점의 제2의 전성기를 이끌겠다는 각오다.

이영재 부사장은 백화점 부문의 영업과 전략부서를 섭렵했다. 끊임없이 연구하는 '지장'으로 강남점장 시절 강남권을 1위 점포로 육성한 능력을 인정 받아 내년 초 오픈할 본점의 수장을 맡는다.

올해 착공하는 의정부역사점 대표인 조석찬 부사장은 광주 신세계백화점 점장을 거쳐 백화점 부문 인사담당, 이마트 부문 지원본부 업무담당을 지냈다. 백화점 부문 상품본부를 총괄하는 정일채 부사장은 광주점 인천점 강남점 등 점장만 10년 이상 거친 베테랑이다.

강남점장을 맡은 박영철 부사장은 삼성엔지니어링 상무를 거쳐 2003년 백화점부문 관리담당상무로 영입돼 본점 오픈을 비롯한 굵직한 현안들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내년 3월 문을 열 죽전점장을 맡게 될 박건현 부사장은 기획과 마케팅, 점장 등을 두루 거친 '백화점통'으로, 광주신세계를 지역 최고의 백화점으로 자리잡는데 기여한 공을 인정 받고 있다.

이마트부문

이경상 이마트부문 대표는 백화점과 이마트에서 점장, 지원본부장, 그룹 경영지원실장 등을 두루 걸쳤다. 국내 최초로 할인점 100호점 시대를 열며 이마트를 국내 주요 기업 중 '가장 영향력 있는 브랜드'로 정착시키는 데 기여했다. 지금도 수시로 매장을 둘러볼 정도로 철저한 현장경영을 중시한다.

곽원렬 부사장은 타고난 재무전문가로, 납품예약제, 드라이센터 운영시간 개선 등 물류 개선을 통해 이마트 100호점 시대를 여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번에 판매 및 운영을 총괄하는 판매본부장을 맡았다. 정오묵 부사장은 이마트 1호점인 창동점을 시작으로, 70여개의 점포를 오픈한 이마트 신화의 주역이다. 올해 월마트 코리아 인수와 함께 새롭게 설립된 신세계마트(16개 점포)의 대표를 담당하고 있다.

심화섭 부사장은 지난 해 중국사업 강화를 위해 SK에서 스카우트한 인물로, 영입 1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마트 부문의 중국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경영지원실장은 맡고 있는 허인철 부사장은 삼성물산을 거쳐 신세계로 영입 됐으며, 구학서 부회장을 보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회계와 자금관리등에서 경력을 쌓은 철저한 재무통으로, 월마트 코리아 인수라는 빅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재무관리자(CFO)로서의 능력을 인정 받았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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