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9년1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지자 환율이 어디까지 떨어질지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900원대 이하로까지 떨어질 경우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돼 우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1.00원 떨어진 927.6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4거래일째 연속 떨어져 1997년 10월 23일 921.00원 이후 9년1개월여만의 최저치다.
이 같은 환율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 달러화의 세계적인 약세 현상 때문이다. 최근 달러ㆍ유로 환율은 1.33 달러선까지 상승하며 달러 가치가 20개월 사이에 최저로, 파운드화에 대해서는 14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달러 약세는 지속돼왔으나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미국 경제 둔화를 막기 위해 내년 3월께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 제조업지수가 3개월째 하락해 3년 6개월만에 경기위축을 뜻하는 50 밑으로 떨어지는 등 미국 경제지표들이 예상외로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4일 "FRB가 그동안 미국 경제가 연착륙했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최근 분위기가 급변했다"면서 "달러 약세 이면에는 FRB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도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옵서버지도 3일 "시장이 미 경제 연착륙론에서 경착륙론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면서 달러가 더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외환보유액 1조달러를 넘어선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점도 원화 등 아시아 통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요인 등으로 연말까지 환율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달러화 약세의 지속과 엔화의 강세 전환에다 국내 수출업체들이 환율 급락 가능성에 대비해 달러를 미리 내다팔 가능성이 커 환율이 900원 밑으로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환율이 바닥권에 근접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환율이 너무 많이 떨어졌다는 인식과 함께 당국 개입에 대한 경계심 등으로 달러 매도 분위기는 일단 주춤한 상태"라고 "원화는 달러화 약세를 수개월간 계속 반영해왔기 때문에 바닥권이란 인식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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