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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 국제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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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 국제학교

입력
2006.12.04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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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에 유명한 대입학원이 있었다. 남자 사립 고등학교였던 자리인 만큼 운동장도 교사도 버젓이 넓다. 그런데 전철역이 멀고 노선버스가 적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위치여선지 학원이 이사를 갔다.

한동안 비어 있어 동네 사람들이 주차장으로 요긴하게 사용했는데 언젠가부터 노란색 셔틀버스가 드나드는 게 눈에 띄었다. 정문 문기둥에 새로 붙은 현판에는 '기독교인 학교'라고 영어로 적혀 있다.

국제학교가 들어온 건가? 그렇다면 외국인 학생을 자주 보겠군, 생각했는데 한국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만 눈에 띄었다. 그런데 어쩌다 스쳐 지날 때 그 학생들이 능숙한 영어로 말하는 게 들리곤 했다.

어느 나라 사람들일까? 학생들 차림은 소박하고 학교는 좀 쓸쓸해서 국제학교는 사치스러우리라는 내 평소 생각에 어긋났다. 하긴 영어로만 학업이 가능한 아이들이 모두 비싼 수업료를 낼 형편일 수는 없을 테니 이런저런 국제학교가 있을 것이다.

한국어 수업 능력이 있으면서 단지 특권의식으로 한국에 있는 고급 국제학교에 다니는 한국 애들이 있다고 한다. 외국인 급우 중에서 지각 있는 학생은 그들에게 경멸감을 느낄 것이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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