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개교 20주년을 맞은 포스텍(포항공대)이 도약을 위한 성장통을 앓고 있다.
1986년 포스코가 출자해 설립한 포스텍은 여느 사립대와는 사뭇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를 모델로 국내 처음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했고, 재미 중견 교수 스카우트와 학생에 대한 전폭적 지원으로 단기간에 이공계 명문으로 자리잡았다.
포스텍은 특히 최근에야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다른 대학들과 달리 일찌감치 경쟁 시스템을 도입해 교수들의 성과급이 개인에 따라 최고 7배나 차이가 나고, 정년 보장도 70%로 낮은 편이다. 덕분에 논문인용색인(SCI) 저널에 발표한 논문이 939편에 달하고, 1인당 교수 논문 피인용지수는 세계 25위(더 타임스 조사)를 자랑한다.
그러나 포스텍이 질적 도약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속속 떠오르고 있다. 더 타임스의 대학 종합평가에서는 세계 200위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등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현안은 교원 임면권을 둘러싼 학교 구성원과 이사회간 갈등이다. 11월 1일 학교법인 이사회가 교원 임면권을 총장으로부터 이사장으로 회수키로 정관을 개정(단 현 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2007년 8월말까지 유지)하자, 13개 학과의 주임교수(학과장)들은 11월 7일 정관 개정 철회와 박찬모 총장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내며 보직을 사퇴했다.
11월 내내 교수평의회, 전체 교수, 총학생회 명의의 성명서와 서명작업이 줄을 이었고, 잔칫날인 12월 1일 교수와 학생들이 기념식에 불참하기에 이르렀다.
이사회측은 “보다 우수한 인재를 끌어 모으기 위해 총장에 책임의식을 인식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임면권 회수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 외부에서 영입된 총장이 신임 교수를 대거 채용할 가능성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다. 반면 교수들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보고있다.
한 보직교수는 “우수인력을 채용 관리하기 위해선 오히려 권한을 하부조직(학과장)으로 위임하는 게 추세”라며 “인사청탁 등 압력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실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경우 서남표 신임 총장 부임 후 10월부터 학과장이 교수 채용권을 행사토록 하고 있다.
해외 석학급 교수를 초빙하는 등 ‘글로벌 포스텍’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는 것도 과제다. 하지만 한국의 서울도 아닌 지방에 위치해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 교수가 머물 수 있는 환경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하고 있다. 누가 교수를 채용 하느냐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대덕처럼 연구개발(R&D)특구로 지정하는 등 정부 차원의 제도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든든한 포스코를 기반으로 했지만 연구비 확보문제도 예외가 아니다. 포스텍은 개교 이듬해 운영비 170억원의 80%를 법인 전입금으로 충당했지만 올해 예산은 2,500억원으로 늘었고, 법인의 부담은 30%대로 낮아졌다. 세계적으로 연구를 선도하는 대학으로 떠오르기 위해서는 현 수준의 몇 배나 되는 연구예산을 퍼부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20년 뒤 세계 20위권 대학’이라는 목표에는 포스텍 구성원들 모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시각차를 보이는 구성원들이 어떻게 비전과 방법을 공유할 것 인지가 중요한 걸림돌이자 해결 과제가 되고 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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