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우주가 또 팽창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공간이란 그저 추상적 개념일 뿐일까 아니면 실체일까, 시간은 왜 거꾸로 흐르지 않는 것일까…? 자라면서 한번쯤은 고민했을 법한, 그러나 나이 들면서 어느 순간 잊어버린 이런 질문들에 다시금 빠져들게 만드는 책이 <우주의 구조(the fabric of the cosmos)> 다. 이 책은 지난해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우주의>
저자 브라이언 그린은 퓰리처상 후보에 오른 전작 <엘러건트 유니버스> 로 우리나라에서도 어느 정도 지명도를 갖고 있다. <엘러건트 유니버스> 는 만물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입자가 고무밴드와 같은 끈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궁극의 물리학, ‘초끈이론’에 대한 책이다. 엘러건트> 엘러건트>
초끈이론 전공자인 그린은 아직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옳을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우주의 구조> 에서 초끈이론이 바라보는 11차원의 우주를 설명한다. 우주의>
하지만 11차원까지 가지 않아도, 700쪽의 책장을 끝까지 넘기지 않아도, <우주의 구조> 는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과학자들의 논쟁과 사고를 따라 시간과 공간의 개념에 탐닉하는 게 큰 재미 중 하나다. 우주의>
아이작 뉴턴과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는 17세기를 주름잡은 과학자이자 철학자로서, 대조적인 사고방식을 보여준 천재들이다. 미적분에 대한 접근처럼, 공간에 대해서도 뉴턴과 라이프니츠는 정반대의 시각을 갖고 있었다.
뉴턴은 오감으로는 느낄 수 없지만 객관적으로 존재하고 불변하는 ‘절대공간’이 있다고 여겼다. 절대공간은 어떤 물체가 어느 방향, 어떤 속도로 운동하느냐는 기준이 되는 것이다. 반대로 라이프니츠는 절대공간이란 없으며, 공간이란 단지 위치를 결정할 물체가 있는 경우에만 의미가 있는 개념일 뿐이라고 여겼다.
그린은 ‘회전하는 물통 문제’로 공간의 개념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설명한다. 물이 담긴 물통 손잡이에 줄을 묶어 비비 꼬면 줄이 풀리면서 물통이 돌고 곧 물도 따라 돌면서 수면의 가운데가 움푹 패인 모양이 된다.
그런데 물은 물통보다 늦게 돌기 시작하면서, 물통의 회전이 다시 느려져 멈추는 순간에도 물은 움푹 패인 모양으로 회전하게 된다. 뉴턴의 절대공간은 바로 이 순간 등장한다. 물통이 돌지 않아도 회전하는 물은, 물통을 기준으로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절대공간을 기준으로 운동한다는 게 뉴턴의 생각이었다.
뉴턴의 운동법칙이 성공함에 따라 과학자들은 그의 절대공간 개념도 받아들였다. 200년 뒤 이를 깨뜨린 게 알버트 아인슈타인이었다. 상대성 이론에서 시간과 공간은 따로 분리될 수 없는 차원이다. 북동쪽으로 움직이는 자동차의 이동을 북쪽 방향의 운동과 동쪽 방향의 운동을 합친 것으로 볼 수 있듯이 하나의 운동은 시간 방향과 운동 방향의 이동으로 해석된다.
즉 주차한 자동차는 오직 시간을 따라서만 이동하지만, 달리기 시작하면 시간 운동의 일부를 공간의 이동에 쓰는 것이다. 달리는 자동차는 시간 이동 속도가 느려진 셈이고, 결국 서 있는 자동차보다 시계가 늦게 간다. 시간과 공간의 이동을 합쳐 가장 빠른 운동속도는 그 무엇도 빛의 속도로 제한된다.
아인슈타인 이후 시간과 공간은 하나로 묶였을 뿐 아니라 물질에 따라 변하는 역동적 실체로 이해된다. 질량이 큰 물체 옆을 지날 때 운동의 속도와 방향(그리고 시간의 흐름)이 영향을 받는 것은, 중력에 따라 시공간이 휘기 때문인 것이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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