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to 5 식 일과와 사무실 책상의 구속에서 벗어나라.
미 최대 가전유통업체 베스트바이의 미니애폴리스 본사는 ‘사무실 책상을 오래 지킬수록 생산성도 높다’는 고정관념이 통하지 않는 곳이다. 여기에서는 낮 공연을 보기 위해 오후 2시 조퇴를 하는 직원도, 1년 내내 록그룹 ‘데이브 매튜스 밴드’를 쫓아다니느라 결근이 잦은 직원도, 초등학생 아들을 학교에서 데려오기 위해 매일 오후 2시반이면 퇴근하는 싱글맘도 모두 자기 일만 제대로 하면 상관없다.
이처럼 낮 근무시간에 직장에서 무단 이탈하는 직원들은 다른 회사에서라면 당연 해고감이지만 베스트바이의 생각은 다르다. 몇 시간을 근무하느냐 보다는 어떤 성과를 내느냐로 업무능력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베스트바이가 2003년 도입한 ‘성과중시 근무환경(ROWEㆍResults Only Work Environment)’의 골자이다.
탄력근로시간제나 재택근무가 정보기술(IT)업계에서 보편화했지만, 베스트바이처럼 전격 시행하는 회사는 아직 드물다. IBM과 AT&T는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는 직원이 각각 40%와 33%에 이른다. 직원 절반이 재택근무를 하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지난 6년동안 부동산 비용 4억달러를 절감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비즈니스위크> 가 최신호(11일자)에서 파격적인 자율근무 실험장으로 소개한 베스트바이의 ROWE는 일부 부서에서 비밀리에 관행적으로 시행하던 탄력근로제도를 경영진이 제도화한 것이다. 지금은 본사 일부 직원에만 적용되는 실험 단계지만 사측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한다. 비즈니스위크>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원보다 그렇지 않은 직원이 온라인 주문을 13~18% 더 많이 처리하는 등 ROWE가 도입된 부서의 생산성은 평균 35% 향상되고 직원 이직률은 떨어졌다. 또 사무실 공간 임차 비용에서 수백만달러를 절감해서 고객 서비스 강화에 투자하고 있다. 인력 관리나 팀워크가 어렵다거나, 일하는 시간이 개인시간을 잠식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도입 초기의 우려도 잠잠해졌다.
ROWE는 베스트바이의 독특한 기업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사측은 ROWE가 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생산성 향상에 미친 긍정적 효과에 고무돼 내년에는 4,000명 본사 전직원에게 확대 실시하고 매장에도 시험 도입할 계획이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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