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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타짜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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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타짜를 위하여

입력
2006.12.04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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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성 게임인 '바다 이야기' 파문이 여름을 뜨겁게 달구던 게 엊그제다. 바다이야기의 바통은 영화 '타짜'가 이어 받았다. 타짜는 재빠른 손재주로 도박판을 주름 잡는 고수를 뜻하는데, 이 영화는 관객 수백만명을 모을 정도로 대박을 터트렸다.

도박과 타짜 열풍이 스쳐간 한 해였다. 상실과 고난의 시대임이 분명하다. 이럴 땐 홈런 한방으로 대역전극이 연출되기를 기대하는 '타짜 문화' '로또 심리'가 스며드는 게 자연스러울지 모른다.

대선을 1년 앞둔 여의도 정가에도 타짜 증후군이 번지고 있다. 대선에서 자신이 지원하는 대통령후보가 당선돼 하루아침에 대박을 터트리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열린우리당의 풍경을 들여다보면 타짜 심리가 만연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우리당 의원들은 내년 대선에서도 2002년처럼 '역전 드라마'가 펼쳐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한결 같은 얘기는 "내년 대선도 결국은 51% 대 49%의 싸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지난 두 차례의 대선에서 1, 2위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불과 1~2%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에 내년에도 좋은 후보만 내면 여권에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당이 뚜렷한 근거도 없이 낙관적 전망을 하는 것은 '노무현 학습 효과'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당은 2002년 대선 때 수세에 몰렸던 노무현 후보가 극적으로 역전승하고, 2004년 총선 때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압승을 거둔 경험을 갖고 있다. 대선후보 연대 등 구도 변화를 통해 한번에 판세를 뒤엎겠다는 것도 로또식 발상이다.

물론 '내일 당장 총선이 치러진다면?'이란 질문에는 우리당 의원들은 "10석도 얻기 힘들다"고 실토한다. 우리당은 '오늘의 병'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접근하면서도 미래 문제에 대해서는 타짜 심리를 내보이고 있다.

하지만 로또 당첨을 바라는 심정으로는 임하면 내년 대선에서 어떤 기대도 할 수 없다. 내년 대선에서 뭔가 희망의 싹을 찾으려면 과학적 자세로 임해야 한다.

과학적 자세란 그동안 이뤄놓은 성과와 미래 비전 제시를 토대로 심판 받겠다는 태도이다. 그렇게 하려면 진솔해야 하고, 차근차근

일을 해나가야 한다. 솔직하게 임한다는 것은 정계개편을 추진하더라도 참여정부의 잘못에 대해 "우리가 분명히 책임지겠다"는 자세를 갖는 것이다. 신당 창당도 책임 회피를 위한 눈 속임이 돼서는 안 된다. 몇 사람의 눈은 가릴 수 있을지라도 다수 국민을 속일 수는 없다.

또 정치 노선과 색깔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나아가 대선 공약도 솔직하게 내놓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의 마음이 움직일 수 있다. 못 지킬 공약(空約)이 아니라 예산이 뒷받침돼 실천할 수 있는 공약(公約)을 내놓아야 한다.

공약 실현을 위해 큰 돈이 들어간다면 상대적으로 다른 분야의 예산 비중을 깎아야만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가령 복지 예산 규모를 큰 폭으로 늘리는 대신에 총예산 중에서 사회간접자본 건설 비중을 깎겠다고 과감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는 말이 로또 심리 정당화를 위한 소재로 전용돼서는 안 된다. 정치가 여전히 과학의 영역임을 보여줘야 한다. 예측 가능한 정치가 돼야 국민들도 놀라지 않고 편안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김광덕 정치부 차장대우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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