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파 "정상적인 의견 수렴 과정" 친노파 "당규무시 꼼수… 저지할 것"
정상적인 의견수렴 과정인가, 유리한 쪽으로 대세몰이를 하려는 꼼수인가.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가 정계개편 방향을 묻기 위해 실시하려고 하는 설문조사를 놓고 통합신당파와 친노 진영이 정면충돌 하고 있다. 설문조사에서 통합신당 찬성이 대다수로 나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신당파는 밀어붙이려하고, 친노측은 결사 반대다.
비대위를 주축으로 한 신당파의 설문조사 의지는 확고하다. 김근태 의장은 4일 비대위 회의에서 “당의 진로에 대해 합리적 토론을 걸쳐 환골탈태 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이견을 녹여 하나로 만드는 용광로와 같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설문 항목과 방법, 시기 등을 5일 결정한 뒤 6일부터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설문조사는 당의 진로를 묻는 질문에 의원들이 주관식으로 대답하는 방식으로, 13일 의원총회에서 결과가 보고될 예정이다.
당내 친노 세력은 이를 실력 저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당 해산과 같은 중요한 일을 설문조사로 결정할 수 없으며,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 선정된 지도부가 정계개편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5일 전당대회 준비위 구성과 비대위 해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이어 8일 영등포 당사 앞에서 당원 1,000여명을 모아 전국당원대회를 열 계획이다.
친노 진영의 이화영 의원은 “왜 대화의 광장을 안 열어주고 비대위가 밀실에서 만든 설문으로 당의 진로를 결정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난했고, 정청래 의원은 “당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은 당원인데, 그것을 의원들에게 물어 결정하는 것은 당헌 당규를 무시하는 쿠테타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런 주장의 근저에는 김근태 의장과 비대위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이 의원은 “비대위는 설문조사 등을 거쳐 사실상 당을 해산하려고 하는 것인데 비대위가 전당대회 승인 없이 이런 절차를 밟을 권한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에게 정치에서 손 떼라고 한 것처럼 김 의장은 당 진로에 신경 쓰지 말고 대선주자 행보만 하는 게 어떠냐”고 비대위 해체 및 김 의장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우상호 대변인은 “설문조사는 의견수렴을 위해 종종 사용됐던 방법일 뿐 대세몰이 수단이 된 적이 없다”며 “설문조사는 의견수렴의 첫 단계로, 앞으로 의원총회도 하고 전당대회도 할 텐데 왜 결사반대를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신당파는 친노 세력이 비대위 해체를 목적으로 설문조사를 문제 삼고 있다는 시각이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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