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탄력 등 가시적 효과…장기투여땐 '안전' 미지수
‘호르몬은 신의 선물인가, 인간이 오용하는 독소인가.’
호르몬 요법의 효능과 부작용에 대해선 국내는 물론 해외 의학계에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폐경기 중년 여성들에게 여성호르몬 대체요법을 실시하면 성교 만족도가 높아지고 피부 탄력이 살아나는 등의 가시적 효과를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신의 섭리를 거스르는 행위’라는 지적이 있듯, 장기적인 호르몬제 투여의 안전성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2002년 7월 ‘폐경 후 여성의 호르몬 치료가 유방암이나 뇌졸중, 심장발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해 파문이 일었다.
미국 웨이크포리스트대 샐리 슈메이커 교수는 2003년 미국의학협회지에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복합제인 ‘프렘프로’를 먹는 65세 이상 여성은 일반 여성에 비해 알츠하이머와 혈관성 치매에 걸릴 위험이 두 배 가량 높아진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또 같은 해 미 웨인주립대 수전 헨드릭스 박사도 “프렘프로가 악성 유방암을 일으키고 유방암의 진행을 빠르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한폐경학회와 남성갱년기학회 등은 “한국은 질병의 발생 빈도와 발병 연령 등이 달라 미국의 연구결과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면서 “과잉 투여할 경우 일부 환자에게서 부작용이 발견되기도 했지만,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만큼 전문의와 상의해 정밀 검사 후 사용하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서울병원 윤병구 교수팀도 “여성 알츠하이머 환자 55명에게 복합 호르몬제를 투여했더니 치매의 진행을 더디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미국의 연구결과는 원래 있던 암세포가 호르몬제 투여의 영향으로 빨리 자라서 발견이 잘 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장기적으로 호르몬제를 쓸 때는 유방암, 단기에는 혈전증을 조심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양대의대 내분비내과 최웅환 교수는 “일부 병원들이 수입을 올리기 위해 호르몬 제제를 남용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지나치게 많은 호르몬이 체내에 들어오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는 만큼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에 따라 조심스럽게 복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재학(팀장)·송영웅·김용식·안형영기자 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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