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붕괴가 가속화하고 있다. 아니 중산층 의식의 붕괴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10여년 전 통계조사에서는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인구가 3분의 2 이상이었던 데 비해,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사회통계조사에서는 절반을 겨우 넘었다.
사실 상·중·하 어느 계층에 속하느냐 하는 문제는 경제적 지표의 반영이라기보다 개개인의 체감의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중산층 의식은 상당부분 목표 지향성을 내포하고 있어 반드시 객관적 생활수준과 부합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이 같은 점 때문에 중산층 의식의 약화는 더 심각한 문제가 된다.
스스로를 하층민으로 생각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는 것은 소유나 소득의 규모와 관계없이 현 상태에서 희망을 상실한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중산층과 하층민의 차이는 다른 것이 아니다.
사회학적으로 중산층은 현재의 생활에 상당 부분 만족하면서 또한 노력하면 상류층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의욕을 갖는 계층인 데 비해, 하층민은 미래에 대한 기대를 포기한 절망 계층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번 통계에서 노력을 통해 사회ㆍ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고작 4분의 1 수준에 그친 반면, 그 가능성이 적다고 보는 인구 비율은 절반 가까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계층 간 유동성 의식의 약화는 국가적 활력과 국민적 자신감을 결정적으로 저감시키는 요소다. 최근의 국제경제적 환경에 비추어도 우리에게 이렇듯 절망의 인구가 늘어날 이유는 없다.
결국은 다분히 정치적 목적으로 양극화 의식을 조장하면서도, 그로 인한 문제를 개선키 위한 실질적 능력은 갖추지 못한 현 정부에 그 책임의 대부분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반세기 전의 절대빈곤 상태에서 한국을 구출해낸 것은 늘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나을 것이라는 희망이었다. 지금 그 정신이 급속히 소멸해가고 있는 것이다. 훗날 이 정부를 평가할 때 가장 큰 잘못으로 지목될 것도 바로 이 대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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