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활발하게 거명되는 대선 예비후보 6명이 한결같이 스스로의 이념성향을 '중도, 또는 중도 근처'라고 밝혔다(한국일보 4일자 1면). 한국사회의 이념지형에서 '중도'의 속성은 대단히 모호하지만, 예비후보들의 주관적 이념성향 진단은 국민정서에 대한 공통적 해석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들의 자기진단은 우선 이념의 양 극단에 가까이 간다는 것이 표를 모으는 데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리라는 분명한 현실정치적 고려 때문이다.
그런 고려가 국가적 현안으로 떠오른 북한 핵 문제, 대미 동맹 등 개별적 정책 현안에서의 견해 차이를 덮을 만하다는 점에서 유권자들은 내년 대선에서도 선택의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 경우 지역주의 등 다른 엉뚱한 요소가 작용할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낳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런 자기진단이 기본적으로 국민의사를 존중하려는 뜻을 담은 것이라면 그 나름대로 긍정적 측면을 띤다. 마땅한 접점을 찾기 어려운 이념 논쟁으로 허송세월을 한 지난 수년에 대한 반성의 결과, 자연스럽게 실용주의적 노선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라면 굳이 이념성향을 따질 일이 아니다.
우리는 예비후보 6인의 주관적 진단이 집중된 '중도'가 실용주의의 다른 이름일 것이라고 본다. 평균적 국민생활 수준이 제자리를 맴돌아, 속도가 붙은 양극화 현상까지 감안하면 다수 국민의 삶이 어려워지고 있는 마당에 당연히 도달해야 할 귀결점에 이른 것이라고 본다. 당장 쥐 잡는 것이 화급한 마당에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를 따질 여유가 없다.
아직 구체적 내용이 없는 '중도'에 알찬 정책구상을 채워 넣어 어느 정도로 차별성을 드러낼 수 있느냐는 전적으로 예비후보들에게 달렸다. 이미 중도와 실용이 국민적 합의로 굳어지고 있는 이상 구체적 실현가능성이 판정의 기준이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특정 이념 틀이나 발전 모델에 안주하고 싶은 유혹이 일 때마다, 푸념에도 지친 국민의 시름 깊은 얼굴을 떠올리라. 그것이 대선 가도로 가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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