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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속임수 마케팅

입력
2006.12.04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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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는 몸에 해롭다는 광고를 담배회사가 한다면 이는 진심일까, 거짓일까. 회사의 손실은 물론 존망문제까지 걸리는 광고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을 기업이 이 세상에 있을 리 없지만 유독 담배 회사만큼은 그런 광고를 한다.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강력한 중독성으로 인해 끊기가 좀처럼 어려운데도 국가가 인정하는 특수 상품이 담배다. 그런 특수성으로 인해 자기를 부정하고 자기 상품을 억제하는 광고를 해야 할 정도로 그 생존은 고도의 전략을 필요로 한다.

■ 세계 굴지의 담배 회사 필립 모리스의 광고 전략이 바로 그렇다. 얼마 전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필립 모리스는 1억 달러 어치의 TV 광고를 통해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금연을 가르칠 것을 권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광고는 진정으로 금연 운동을 주장하는 광고였을까. 조목조목 따져 보니 결코 그렇지가 않다는 게 '뻔한' 결론이었다. 자연사가 진행되고 금연 인구가 늘어갈수록 담배회사가 기댈 층은 신규 흡연 인구인데, 청소년 금연을 담배회사가 교육한다니 애당초 모순일 수밖에 없다.

■ 인지과학을 동원한 정밀 분석 결과 부모를 상대로 한 그 금연 광고는 정작 청소년들에게 직접 금연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아니고, 부모들 자신의 금연을 역설하는 것도 아닌, 교묘한 내용이라고 한다.

나아가 정작 이 광고에 노출된 청소년들은 오히려 흡연 욕구가 더 생기게 됐다는 것이니, 광고의 속셈이 알 만하다. 특히 이 광고에서 필립 모리스가 챙기게 되는 중요한 실익 중 하나는 회사이미지의 긍정적 효과라고 한다. 비록 해로운 담배를 팔지만 그래도 소비자들의 건강을 생각한다는 메시지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 아마도 필립 모리스의 광고는 그 같은 효과에 대해 사전에 면밀한 과학적 분석을 거쳤을 것으로 봐야 한다. 그리고는 담배 판촉에는 금연 광고비의 수십, 수 백 배에 달하는 마케팅 비용을 썼을 것이 당연하다.

기 쓰고 속이려고 들면 속을 수밖에 없긴 하다. 속는 것은 아차 하는 순간이기 십상이다. 그러나 완전 범죄가 없듯이 완벽한 속임수가 마냥 통하지 않는 것도 이 세상이다.

대통령의 '탈당 게임'이나 열린우리당의 정계개편 놀음은 지금 정치 마케팅의 대표적 속임수다. 담배 회사는 속이는 데 비용이라도 지불하지만 이들의 속임수는 공짜에 편승하려 해 더 문제다. 세상이 다 알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들의 또 다른 애로사항일 것이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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