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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5차협상 4일 美 몬태나서… 쇠고기 개방 압력 거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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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5차협상 4일 美 몬태나서… 쇠고기 개방 압력 거셀 듯

입력
2006.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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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몬태나주 빅스카이에서 4~8일(현지시간) 열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5차 협상은 검역과정에서 뼛조각이 발견돼 반품ㆍ폐기된 미국산 쇠고기 문제 등으로 양측이 대접전을 벌일 전망이다. 특히 몬태나가 미국의 대표적인 비프 벨트(Beef Belt)로 불리는 쇠고기 주산지인데다 11월 중간선거에서 보호무역 성향이 강한 민주당이 압승한 터여 미국 협상단의 파상공세가 예상된다.

김종훈 한미FTA 한국측 수석대표도 3일 협상장인 빅스카이에 도착하면서 “쇠고기 수입재개 문제가 FTA 의제는 아니지만 양국간 통상현안이고 미국의 관심이 큰 사항인 만큼 뼛조각 때문에 1,2차 선적분이 반송된 게 협상 분위기를 악화시키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하지만) 그 때문에 협상이 난관에 봉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협상단은 이번 협상에서 쇠고기보다는 무역에 의한 피해의 구제 문제를 다루는 무역구제 분과의 협상에 집중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 수석대표는 “우리 산업계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무역구제는 이번에 꼭 성과를 거둬야 하고 섬유 분과는 8일 워싱턴에서 차관보급 회의를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무역구제의 경우 미국의 무역촉진권한(TPA)법상 늦어도 연내에 관련 규정의 변경 가능성을 확정, 미국 의회에 통고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협상이 사실상 무역구제에 관한 논의가 가능한 마지막 협상인 셈이다. 미국의 반덤핑 등 무역구제 절차 개선은 정부가 한미FTA를 통해 거둘 수 있는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로 꼽혀왔다. 하지만 미국측은 반덤핑 등 무역구제 절차는 FTA에서 다룰 사안이 아니라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 협상단은 10월 4차 제주협상 때 무역구제 분야에서 마이너스(-) 마진을‘영’으로 처리하는‘제로잉(Zeroing: 수출가격이 국내가격보다 낮은 경우만 덤핑마진에 산입하고 국내가격이 수출가격보다 높은 경우는 마이너스로 계산하지 않고 제로(0)로 간주해 덤핑관세율을 높이는 것)’규정 철폐 등 14개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한국측은 이번 협상에서 이들 요구사항 중 협상여지가 크고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요구를 선별, 미국측을 적극 설득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한국이 반덤핑과 관련된 협상에서 미측으로부터 큰 양보를 얻어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은 그 동안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들과 체결한 FTA에서 반덤핑과 관련된 조항을 삽입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또 미국 협상단이 그 권한을 직접 행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미 양국 협상단은 이번 협상에서 우선적으로 진전을 이뤄야 하는 분야로 의약품과 자동차(상품)분야를 꼽는다. 의약품의 선별등재(포지티브리스트) 등 건강보험 약가 적정화 방안을 담은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내년 1월 시행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어 양국은 연말까지 어느 정도의 의견 접근을 이뤄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있다.

미국은 효능이 있는 신약도 가격 대비 효과가 우수한 의약품만 건강보험 적용 대상으로 인정해주는 선별등재 방식이 자국의 다국적 제약사들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독립적인 이의신청기구 설립 등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한국측은 국산 의약품 제조시설 기준(GMP)의 인정 등을 주장하고 있어 즉각적인 타협안 도출이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의 자동차 관세 인하와 미측이 주장하는 한국의 배기량 기준 자동차 세제 개선 문제도 서로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분야다. 미국의 자동차 관세 인하는 공산품 분야 관세 양허안의 상호 균형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풀어야 할 현안이다. 한국이 4차 협상에서 제시한 양허안은 전체 공산품중 즉시 철폐 품목이 교역액 기준으로 74.8%인데 비해 미측은 60%정도였다. 미국이 자동차 관세를 전면 양보하면 즉시철폐 품목 비율은 83% 수준으로 높아진다.

한미 양국은 그동안 농산물 관세 양허안의 경우 비민감 품목 위주로 협상을 진행해왔지만 이번부터는 쇠고기 등 민감 농산물에 대한 협의를 벌이게 된다. 아울러 이번 협상에서는 토지 이용권 제한 등 외국인 투자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간접 수용에 따른 투자자-국가간 소송 대상의 범위를 정하는 문제와 미 민주당의 영향력 확대에 따른 노동 및 환경기준을 둘러싼 미측의 추가 요구 등이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빅스카이=장학만 기자 local@hk.co.kr

● 몬태나州 빅스카이

한미 FTA 5차 협상이 열리는 미국 몬태나주 빅스카이는 미국인들에게조차 생소하고 외진 소도시다. 휴양단지를 제외하면 '깡촌'에 가까운 빅스카이가 협상장으로 결정된 데는, 별명이 '미스터 쇠고기(Mr. Beef)'인 이 지역 출신 민주당 맥스 보커스 상원의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

한국이 감귤시장 개방 반대를 위해 지난 4차 협상을 제주도에서 연 것처럼, 미국 쇠고기의 본산인 이 지역에서 협상을 개최함으로써 한국 측에 시장 개방 압박 의사를 분명히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조차 접근이 어려운 장소를 택함으로써 FTA 체결에 반대하는 시위대의 활동을 사전에 저지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빅스카이는 한국측 원정시위대의 접근은 물론,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미국 노총(AFL-COL)의 조직 동원도 힘들기 때문이다.

한미 FTA 5차 협상에서 미국측이 가장 강하게 밀어붙일 부분은 농산물, 특히 쇠고기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수입이 재개된 미국산 쇠고기에서 뼛조각이 발견되면서 해당 쇠고기가 반송 조치되자 미국측은 한국측에 뼈 있는 쇠고기도 수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가 한미 FTA 협상 개시를 위한 4대 선결조건 중 하나였던 점을 고려할 때, 미국측은 쇠고기 시장 개방을 앞세워 한국측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 협상단은 11월 미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함으로써 이번 협상에서 보호무역 성향이 짙은 요구들을 강도 높게 밀어붙일 전망이다.

미 협상단은 미 민주당이 상ㆍ하원을 장악한 상황에서 의회로부터 한미 FTA에 대한 승인을 얻어내기 위해선 한국으로부터 많은 양보를 얻어내야 한다. 이에 따라 미측은 이번 농산물 분과 협상에서 쇠고기에 대한 한국측 관세 40%를 철폐하거나 낮출 것으로 강력히 요구하고 나설 전망이다.

또 19~20일 미 워싱턴에서 별도로 열리는 위생검역(SPS) 분과 협상에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조건을 완화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 축산업계의 이익을 대변해 온'미스터 쇠고기(Mr Beef)'맥스 보커스 민주당의원이 한미 FTA를 포함 미 행정부의 대외통상 정책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상원 위원회인 재무위원회 위원장으로, 이번 협상 장소를 자신의 지역구인 몬태나주로 직접 유치한 것만 봐도 이번 협상에 미국의 쇠고기시장 개방 압력이 얼마나 거셀지를 예고하는 부분이다.

한편 일부에서는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 여파로, 한미FTA 협상체결이 한층 불투명해졌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한미 FTA 특별위원회에서'5차 협상 대응방향'을 보고하면서 "미국의 상하 양원에서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데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불허 방침을 결정함에 따라 5차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28일 워싱턴에서 미 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기업인 포럼에서 "한미 FTA가 내년 초에 타결되기를 희망하지만 양측 모두 아직은 한미 FTA 협정문에 서명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말했다.

빅스카이=장학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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