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논술의 근간은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 공간의 만남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문제는 역사라는 것은 관념상 존재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그것과 관계를 맺는 것은 연구나 서술, 독서에 국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 학생들은 일반적인 단순한 역사적 사실에만 기초해 서술해나가기 때문에, 창의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창의적인 사고를 중시하는 통합논술에서 단순한 지식에 의존하여 논술문을 구성하는 것은 재료를 보지 않고 요리책을 보고 음식을 만드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모두 같은 책, 같은 내용으로 주입식 교육을 받는다면 어떨까? 따라서 이런 현상 때문에 교육전문가나 교육에 관심을 갖는 분들의 걱정과 근심이 생기지 않았을까? 그러나 이에 대한 대안은 아주 가까운데 있다. 개인이 주관적으로 직접보고, 사고하는 의식과정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즉, 경험하고 체험하라는 것이다. 예컨대 한동안 프랭크 스텔라(1936~)의 ‘아마벨'이 가져왔던 논란의 핵심을 단순히 정보로 접할 것이 아니라, 직접 보고, 느끼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지금은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이전된 ‘꽃피는 구조물’이라고 명명된 이 작품이 포스코 빌딩 앞에 놓여 졌을 때의 문제와 직접 대면하라는 것이다. 그것을 체험했을 때와 단순히 정보를 접한 후, 논제에 접근하는 것의 차이는 크다고 할 것이다. 두 가지 문화가 조화를 이룬 공간을 체험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한국의 전통 사상이라고 할 수 있는, 유교와 불교의 조화이다. 당대에는 그것이 어떤 조화를 이루게 될지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은 ‘공간’에 마련되어 있다. 이와 관련하여 경북 영주를 예를 들어 살펴보면 소수서원과 부석사는 시간상으로 10여분 거리에 놓여있지만, 공간을 뒤편으로 놓여진 무수히 많은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역사 체험공간이다.
소수서원은 1542년 세워진 한국 최초의 서원이다. 소수(紹修)는 ‘이미 무너진 교학을 닦게 하였음’이란 뜻으로 학문 부흥에의 의지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또한 불교의 그늘에 쇠잔해만 가는 유학을 일으키려 힘쓴 영남학파의 시조인 안향을 모신 곳으로, 많은 유학자들의 배출은 물론 학문탐구의 소중한 자료들이 소장되어 있다.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16년(676년) 해동 화엄종의 종조인 의상대사가 왕명으로 창건한 사찰이다. 의상대사가 당나라에 유학하고 있을 때, 신라 침략 소식을 듣고 이를 왕에게 알리고, 그가 닦은 화엄교학을 펴기 위해 귀국하여 이 절을 창건하였다. 그리고 부석사는 우리나라 화엄사상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 두 곳은 주한외국인 문화체험으로 가장 한국적인 것을 보여주는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체험을 바탕으로 무신의 난 이후 유교와 불교가 하나임을 내세우며 나타난 유불일치설을 생각해보고, 현대사회의 가장 큰 불안 요소인 종교와 사상으로 얼룩진 갈등, 전쟁과 테러를 극복 할 수 있는 방법을 시공을 초월한 역사의 공간에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관념으로 느끼는 시간과 현실적으로 체감하는 공간과 사회현상을 하나의 주제에 따라 조사하고 학습할 때 진정한 통합논술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김현석ㆍ통합논술 전문가ㆍ경기 수원 영통, 경북 영주 이듀스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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