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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족친화사회에 거는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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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족친화사회에 거는 희망

입력
2006.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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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저 수준인 우리나라의 출산율 1.08명(2005년)은 정말 가공할 수치이다. 사고와 질병, 해외 유학, 이민 등을 감안한다면, 우리사회에서 청소년들의 숫자가 매 30년마다 반씩으로 줄어들어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실제로 1970년대 100만 명이 넘었던 출생아 수가 요즘은 45만 명도 되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줄여온 대학의 입학 정원이 아직도 60만 명을 훨씬 상회하는 것만 보아도 이미 벌어진 괴리가 얼마나 심한가를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출산율 저하는 곧, 젊은이들이 가족의 미래를 계획하고 행복을 추구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우리는 점차 부족해지는 일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초장시간 과로를 마다 않고 개인과 가족의 생활을 희생한 채 '직장인간'으로 밀려가고 있어 우리나라 저출산의 근본 원인으로 크게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2,400시간을 초과하여 선진국보다 30%이상 더 일한다. 이러한 초장시간 근로는 연간 9만5,000명의 산재 사고자와 약 3,000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켜 연 15조원에 달하는 산재손실금액을 발생시킨다.

이는 연봉 1,500만원의 일자리 100만개를 만들 수 있는 기회비용이기도 하다. 산업재해는 개인을 불행하게 함은 물론이고, 그 가족과 자녀들에게 치유될 수 없는 아픔과 고난을 세습시켜, 가정파괴와 양극화의 중요한 원인의 하나가 되고 있다. 이는 가족친화적인 문화,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가 우리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중의 하나이다.

한편 20여 년간 보육환경 개선에 노력해왔던 일본 역시 저출산 극복을 위해 장시간 근무와 자녀 양육을 고려하지 않는 고용문화, 성차별적인 문화 등의 기업근로환경이 변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2005년 가족친화기업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우리사회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의미의 가족친화적인 사회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기업은 사원 개개인의 성장역량과 경쟁력을 강화시키면서 이들이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을 확보해주어야 한다.

또한 '생명과 인간존중'을 바탕으로 '인적자원 혁신에 의한 고부가가치의 창출, 지식사회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는 기업문화의 구축이 시급하다.

이러한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각 업무분야에 따라 생산직의 4조 교대제, 사무직의 시차출퇴근제, 영업직의 현지출퇴근제 등을 실시해 일과 삶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내어 가정과 직장과 사회가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직장 내 평생학습과 지역사회 참여가 활성화 해야 할 것이다.

유한킴벌리의 경우 사원들을 신뢰하고 그들의 생애주기에 맞게 제도를 지원하고, 근무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면서 자발적 평생학습제도를 병행한 결과 사원들의 사기와 역량과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사원들의 삶의 만족과 학습된 경쟁력은 수많은 제안과 고품질 생산, 생산성 향상, 나아가 시장점유율의 성장으로 돌아왔다.

다행스럽게도 이미 많은 기업들이 '가족친화근로환경 조성'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또한 정부에서도 가족친화기업 및 마을 조성과 보육환경 개선 등 가족친화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첫 술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모든 직장인들이 선진사회 국민들처럼 삶과 일의 균형을 찾고, 가정과 직장과 지역사회 모두 성공하고 지속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문국현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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