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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 아시안게임/한국야구 세계4강 허상에 '얼'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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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 아시안게임/한국야구 세계4강 허상에 '얼' 빠졌다

입력
2006.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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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하 참변' 무엇이 문제였나

'도하 참변', '치욕의 대망신'. 두고두고 기억될 2006년 12월2일은 한국 야구의 국치일(國恥日)이었다.

한국프로야구 스타들로 구성된 도하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은 사회인 야구 선수들이 주축이 된 일본의 아마 대표팀에 7-10으로 참패했다. 올시즌 아시아 최다 세이브기록(47S)을 세운 오승환(삼성)이 대학생인 조노 히사요시에게 끝내기 3점 홈런을 맞은 것은 한국 야구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한국야구는 '대만 쇼크'가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큰 충격과 공황에 휩싸였다. 심각한 수준의 '우물 안 개구리' 한국 야구에 대해 이대로는 안 된다는 비난과 성토가 나라 안팎에서 빗발치고 있다.

한국만 몰랐다

대표팀 김재박 감독은 지난달 대륙간컵 대회에 참가 중인 대만과 일본의 전력을 분석하기 위해 대만에 건너갔다. 그러나 명단이 일찌감치 발표됐음에도 김 감독은 사전 정보가 전무한 상태였다.

대만전 선발로 나왔던 궈홍츠(LA 다저스)에 대한 분석은 도하 출발 직전 뒤늦게 구한 비디오 테이프로 한 게 전부였고, 처음부터 몇 수 아래로 깔본 일본 선수들에 대한 전력분석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두 경기에서 몸쪽 승부를 고집한 포수 조인성(LG)의 볼 배합은 이 같은 사실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대륙간컵에 파견한 전력 분석요원들이 대회 직전 대표팀 코칭스태프에게 '대만, 일본 타자와의 승부에서 몸쪽 공은 위험'이라는 보고서를 전달했는데도 한국팀 배터리는 고집스럽게 몸쪽 승부를 했다.

대만과 일본전에서 허용한 홈런 7개 중 상당수가 대부분 몸쪽 또는 몸쪽에서 한복판에 쏠린 코스. 코칭스태프가 보고서를 무시했든지, 조인성의 리드 부족이었는지는 짚어볼 대목이다.

대표팀의 한 투수는 일본전이 끝난 뒤 일본에 대한 준비와 자료가 전혀 없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 놓았다. 우용득 이광권(이상 KBO) 황동훈 김준환(이상 대한야구협회)씨가 전력분석 요원으로 활동했지만 막상 현장에는 단 한명도 오지 않았다.

우물안 개구리에 불과한 한국 야구

일본의 가키노 감독은 한국전에 앞서 "우리가 감히 프로를 이길 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해외파가 빠진 한국 대표팀은 '종이호랑이'에 불과했다.

한국은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미국과 멕시코, 일본 등 강팀을 연파하고 세계 4강에 올랐다. 박찬호(전 샌디에이고) 이승엽(요미우리) 서재응 최희섭(이상 탬파베이) 등 해외파 선수들의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한 '기적'이었다.

한국야구가 불과 8개월 만에 '아시아 3류'로 전락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이 같은 엄연한 사실을 외면한 채 '세계 4강'이라는 허상에 빠져 현실에 안주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코나미컵 이후 WBC(3월), 코나미컵(11월), 아시안게임(12월) 등 최근 4차례 국제대회에서 국내파 선수가 뽑아낸 홈런은 지난 코나미컵에서 양준혁(삼성)과 아시안게임 일본전에서 이대호(롯데)가 친 단 2개에 불과하다.

해외파에 의존한 한국 야구는 수준 자체가 퇴보하고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올 시즌 '투고타저' 현상 역시 이와 일맥상통한다. 작전과 번트에 의존한 한국야구는 단기전과 같은 큰 무대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이에 따라 흥미도 반감되고 있다. 성적 지상주의에만 빠져 관중 감소를 부채질하고 있는 8개 구단이 반성해야 할 점이다.

김재박 감독의 아집이 화를 불렀다

'삿포로의 비극'에 이어 '도하 대참사'의 희생양이 된 김재박 감독은 일본에 패한 뒤 굳게 말문을 닫았다. 김 감독은 대만전에서 패한 뒤 베테랑 선수의 부족을 패인으로 들었다. 대표 선수 선발의 전권을 쥔 감독답지 않게 선수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일본전이 끝난 뒤에는 아예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다. 선수 선발 과정에서의 잡음과 선수 기용 문제를 지적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03년 삿포로 아시아선수권대회 때 당시 구원왕 조웅천(SK)을 뒤늦게 발탁, 구설에 올랐던 김 감독은 이번에도 메이저리거 추신수(클리블랜드)를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추신수보다 한 단계 낮은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대만 대표팀의 천룽지(시애틀)는 김 감독이 지켜 보는 앞에서 2방의 홈런을 때려내며 치욕적인 패배를 안겼다. 대만과 일본전 경기 초반 부진을 보였던 선발 손민한(롯데)과 류현진(한화)을 끝까지 고집한 투수 교체 타이밍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도하(카타르)=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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