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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DOHA/개막식 행사 '집안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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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DOHA/개막식 행사 '집안 잔치'

입력
2006.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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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세자인 아시안게임 조직위원장이 장황한 환영의 연설을 끝내자 아버지인 국왕이 개회 선언을 한다. 관심의 초점이 됐던 성화 점화도 열 여덟살 난 왕자의 몫이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15회 아시안게임 개회식. 전세계에 생중계된 이날 행사에서 벌어진 광경이 그랬다. 한 마디로 ‘집안 잔치’다.

카타르 국왕인 셰이크 하마드 빈 칼리파 알-타니는 지난 95년 무혈 궁정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인물. 당시 국왕이었던 아버지 칼리파 하마드 알-타니가 스위스로 휴가를 간 틈을 타 왕좌에 올랐다.

집권 이후 정치개혁, 언론 자유 확대 등 자유주의 정책을 펴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국왕은 “스포츠는 국가 성장의 원동력이자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 때문에 4번째 아들이자 왕위 계승자인 셰이크 탐밈 빈 하마드 알-타니가 ‘국운’을 건 아시안게임 조직위원장을 맡은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개회식의 하이라이트였던 성화 점화의 주인공은 셰이크 모하메드 알-타니 왕자. 승마 선수로 이번 대회 승마 지구력 경기에 출전하는 알-타니 왕자는 ‘가족의 힘’을 앞세워 살렘 알 만수리(볼링), 만수르 무프타(축구), 나세르 알-아티야(사격), 탈랄 만수르, 모하메드 술레이만(이상 육상) 등 카타르를 대표하는 쟁쟁한 스포츠 스타들을 제치고 성화 점화자의 영광을 안았다.

점화 방식도 드라마틱했다. 말을 타고 등장한 알-타니 왕자는 경사로를 달려 무려 60m 높이의 성화대까지 올라갔다. 힘에 부친 말이 목표를 눈앞에 두고 잠시 휘청거려 5만 관중을 긴장시켰지만 알-타니 왕자는 침착하게 불을 붙여 대회 개막을 알렸고, 아버지 국왕은 흐뭇한 표정으로 이 광경을 지켜봤다.

반면 ‘사고뭉치’ 왕자도 있다. 지난해 이집트에선 사우드 빈 술래이만 알-타니 왕자가 불법 자동차 경주를 하다 교통사고를 내 무려 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본국으로 줄행랑 친 왕자 때문에 카타르 정부는 곤경에 빠졌고, 결국 왕자는 1년간 구금 처분을 받았다.

도하(카타르)=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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