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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주 서울서 전시회/돌고도는 순환의 세계… 난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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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주 서울서 전시회/돌고도는 순환의 세계… 난 누구인가

입력
2006.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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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1일 로댕갤러리에서 시작된 마이클 주(40)의 개인전 내용은 이 화두로 묶을 수 있다.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그는 과학적 증명과 철학적 사색을 결합한 질문을 던진다. 그 형태는 오줌의 색깔일 수도 있고, 태양 에너지 순환체계의 한 지점일 수도 있고, 내장과 뼈가 보이는 투명한 불상일 수도 있고, 위태로운 균형일 수도 있다. 친절한 답이 빠진 그 질문들 앞에서 우리는 한참 생각하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 그는 미술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한 1990년대부터 줄곧 이 주제에 매달려왔다. 이번 전시는 미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 2세로서 인종적 문화적 정체성을 다룬 1990년대 초기 작부터 자연과 생명의 순환으로 관심을 넓혀 좀 더 보편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존재론으로 나아간 최근 작까지 15점(비디오 2점, 조각 및 설치 13점)을 전시 중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공중에 매달린 채 둥글게 원을 그리면서 돌고 있는 순록들이 보인다. 순록의 배는 뻥 뚫려 있고 그 속에 설치한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찍은 영상이 따로 떨어진 모니터에 나타난다. <원격 감지> 라는 이 작품은 주변 풍경과 관람객까지 순록의 뱃속에서 소화함으로써, 안팎을 가르는 경계를 안이 밖이 되고 밖이 안이 되는 순환의 연속체계로 바꿔버린다.

그에게 경계는 차단이 아니라 소통의 문턱이다. 투명한 불상조각 <눈에 보이는> 에서 있으되 무의미한 부처의 피부는 정신과 육체를 동시에 보여주는 열린 경계다.

이처럼 순환적인 세계관은 비디오 작품인 <1년 주기 리듬(피블록톡)>과 <소금 이동의 순환> 에서 장엄한 서사로 펼쳐진다. 피블록톡은 극지방 이누이트 족에게 1년 주기로 나타나는 햇빛 부족에 따른 발작증이다. 이누이트의 발작 장면과 태양 에너지의 순환 체계, 알래스카 동토를 송유관을 따라 한 없이 걷는 작가, 박제된 순록의 뱃속에서 먹이를 꺼내먹는 늑대를 나란히 보여주는 3개의 영상은 자연의 순환과 그 안의 존재로서 인간의 정체성을 이야기한다. <소금 이동의 순환> 은 작가 자신의 퍼포먼스 영상이다. 작가는 소금 바다에서 헤엄을 치고, 소금사막을 기고 걷고 달리며, 소금과 땀 범벅이 된 그의 몸을 사슴이 핥는다. 작가의 몸에서 사슴의 핏줄로 이동하는 소금의 순환은 사뭇 감동적이다. 교수형 올가미의 매듭 부분에 인조 수정이 자라난 <수정 올가미> 도 같은 맥락에서 삶과 죽음을 하나로 보는 동양적 윤회사상을 연상시킨다.

인종적 문화적 정체성을 다룬 초기 작업은 좀 더 뜨겁고 공격적이다. 3개의 비커에 오줌을 담고 칭기즈칸, 베네딕트 아놀드(미국 독립전쟁 당시의 매국노), 마이클 주라고 각각 명패를 붙인 <노란, 더 노란, 가장 노란> (1991), 한국전쟁 당시 미군 전투기의 동체에 여자처럼 보이게 작가 자신의 누드를 그려넣은 <미스 미국(miss megook)> 은 동양(인)에 대한 서양(인)의 편견과 인종차별에 대한 철학적 항변이다.

마이클 주는 올해 광주비엔날레에서 불상을 이용한 비디오 설치작업 ‘보디 옵푸스케터스’로 중국 작가 송동과 함께 공동대상을 받았다.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미스 미국> 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1994년 현대미술의 톱스타인 데미안 허스트가 기획한 전시에 초대되면서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한국에는 1995년 광주비엔날레에 처음 소개된 이래 2000년 아트선재센터의 단체전 <코리아메리카코리아> , 2002년 pkm갤러리 개인전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는 내년 1월 28일까지 한다. (02)2259-7781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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