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이 미국산 수입 쇠고기 전량을 매입해 폐기하자고 국민성금을 모으고 있다. 광우병 우려가 있는 미국산 쇠고기 유통을 막는 동시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운동을 확산시키려는 정치적 전략이다. 그런데 경제학자가 보면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성금으로 쇠고기를 사주면 수입업자는 위험도 지지 않고 돈을 벌게 된다.
● 반값 아파트, 로또에 세금 부담
땅 집고 헤엄치기 장사거리가 생겼으니 수입업자가 늘어날 것이고, 이중 일부만 민노당이 사주더라도 수요가 증가해 소비자는 오히려 높은 가격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사 먹어야 한다. 미국이 미워 시작한 일지만 서민들의 주머니 돈을 모아 미국 농가만 지원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정치적 계산이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초래하는 예는 다수 찾아볼 수 있다. 참여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려 하자 오히려 미군이 이를 더 일찍 가져가라 난리다.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독립국가인 만큼 전시작전권을 가져야 대외적으로 당당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당당함을 갖기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은 얼마인가? 당장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자주국방을 천명했으니 앞으로 군비확장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가뜩이나 전략적 유연성을 위해 주한 미군을 축소하고 싶던 차에 무기까지 더 팔고 떠나게 되었으니 숨어서 웃을 일이다.
이제는 없던 일로 하자 해도 방위비 증액 요구의 물꼬를 터 준 셈이니 엎질러진 물이 되었다. 아무리 추워도 곁불을 쬐지 말라던 딸깍발이 정신을 이해하지 못한 천박한 경제학자 눈에는 당당함을 얻기 위해 너무 큰 비용을 지불한 듯하다.
반값에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한나라당의 새 전략도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한 둘이 아니다.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건축비만 내고 토지는 임대하는 방식을 채택하면 분양가격을 반으로 낮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서민주택의 새로운 공급방식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수요 억제에 중점을 두었던 현 정부 정책보다 진일보한 면이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해 집값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을 주어서는 곤란하다.
입주자에게 땅값 부담을 주지 않고 아파트를 분양하려면 정부가 소유한 땅을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토지 임대료를 토지공사나 주택공사가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그로 인해 발생하는 공공기관의 적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즉, 반값 아파트 공급 정책이란 결국 세금을 걷어 입주자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이기에 모든 국민을 아파트 분양권 투기로 내몰 위험이 있다.
실제 땅값보다 적은 비용으로 아파트에 살 수 되었으니 로또 대박이 터진 셈이다. 이에 대한 서민들의 관심은 바다 이야기와 비교할 정도가 아닐 것이다. 이런 부작용을 막으려면 원하는 사람 모두에게 반값 아파트를 공급해 주어야 하는데 그에 필요한 재원마련을 위해 추가로 걷어야 할 세금이 얼마인지 궁금하다.
● 정부만은 이해득실 챙겨야
정부가 무상으로 토지를 제공하지 않고 땅값 이자에 해당하는 토지 임대료를 입주자에게 부과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아파트 반값 공급정책은 목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을 뿐 입주자가 모든 비용을 부담한다는 면에서 현재의 주택담보대출 제도와 다를 바 없다.
오히려 은행에만 의존해왔던 대출의 일부를 정부가 제공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주택수요가 늘어나 아파트 가격이 더 올라 갈 수도 있다.
시민단체와 각 정당이 경제논리를 무시한 채 대의명분과 당당함을 추구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당장 듣기 시원하고 표를 얻기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해득실을 꼼꼼히 챙겨야 하는 정부마저 정치적 계산을 주도한다면 국민들이 살기 어려워진다는 데 있다.
이창용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