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에는 강추위는 시간이 지나면 눈 녹듯 풀리겠지만, 나라 경제는 시간이 갈수록 첩첩산중의 형상이어서 걱정이다. 경제부총리가 현재 경기를 사실상 불황이라고 시인하고, 3ㆍ4 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이 0%로 나타났지만 내년 경제는 더욱 험난할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의 내년 성장률을 올 5월 전망치보다 무려 0.9%포인트나 낮은 4.4%로 하향 조정했다.
이처럼 경기는 하강하는데 내년 가계의 지출은 오히려 늘어난다. 당장 건강보험료가 크게 오른다. 명목상 6.5% 인상이지만 소득 증가와 자산가치 상승에 따라 자연적으로 늘어나는 부분까지 감안하면 실질 인상률은 14%에 이른다.
여기에 내년 2월부터 지하철과 버스요금이 일제히 오르고, 시중 금리인상 추세에 따라 대출에 대한 이자부담도 크게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가계 지출에서 비중이 높은 전셋값은 지난달 1.4% 올라 25개월 만에 최고 증가치를 기록하고도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다. 양극화 추세로 인한 경기악화의 고통은 고스란히 서민들의 몫이다. 서민들의 생활고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경기순환에 따라 일시적으로 경기가 오르고 내리는 것이라면 그래도 덜 우려할 일이지만 문제는 경제의 체질과 활력이 힘을 잃어가고 있는 점이다. 미국 투자회사 모건 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경제 모멘텀이 식어간다'고 경고를 보냈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최근 한 인터뷰에서 한국경제를 '드러누워 있다'고 진단하면서 "침체에 빠진 한국경제를 생각하면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다"고 개탄한 사실은 매우 공감되는 지적이다.
이렇듯 도탄으로 빠져가는 서민경제를 생각하면 잠을 못 이루어야 할 대통령이 툭하면 '하야'를 입에 담고, 집권당 대표와 볼썽사나운 말싸움이나 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국민이 가장 불안해 하는 경제 문제에 대한 진지한 걱정과 고민은 들리지 않는다. 정치의 굿판을 걷어치우고 민생의 아픔과 고통 해소에 여력을 쏟는 것이 임기 말 정권의 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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