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회 아시안게임 개회식이 열린 2일 오전 1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스타디움. 북핵 사태의 여파 속에서도 8번째 공동입장의 ‘전통’을 지켜낸 남북 선수단에게 어처구니 없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남북한의 공동기수 이규섭과 리금숙이 들고나온 한반도기에 독도가 없었던 것. 개회식 전날인 11월30일 남북체육회담에서 양측은 공동입장때 ‘독도 표기 한반도기’를 사용하기로 합의하고 대대적인 홍보를 벌였으나 결국 하루 만에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다.
일단 대한올림픽위원회(KOC)는 “대회 조직위와의 의사소통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개막식 전날 급박하게 합의가 이뤄져 ‘독도 표기 한반도기’의 샘플을 대회조직위에 전달했으나 조직위의 실수로 기존에 만들어진 한반도기가 개회식 직전 배포됐다는 것. 결국 뒤늦게 잘못된 점을 발견했으나 교체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는 게 KOC의 설명이다.
KOC 관계자는 “대회 조직위로부터 유감의 뜻을 전달 받았고, 폐회식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독도 표기 한반도기가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실수로 드러나긴 했지만 ‘독도 표시 한반도기’의 등장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개운치가 않다.
그 동안 북한은 독도가 표시된 한반도기를 사용해 왔지만 한국은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 소지를 우려해 한반도기의 독도 표시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게 사실. 때문에 많은 시민단체가 정부를 비판하며 한반도기의 독도 표기 운동을 벌인 바 있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일본의 항의 때문에 독도가 표시된 한반도기의 등장이 불발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도 쏟아지고 있다. 어쨌든 새로운 한반도기로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국제 스포츠계에 분명히 전달하려 했던 남북한의 합의가 실무진의 준비 부족과 조직위의 비협조로 그 의미가 퇴색 된 것은 유감스럽다.
도하(카타르)=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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