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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정책 지상청문회/ 6명 모두 "나는 중도" 차별화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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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정책 지상청문회/ 6명 모두 "나는 중도" 차별화 부족

입력
2006.12.03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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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대선주자 6명은 대북 지원 및 이라크 파병, 부동산 대책 등 주요 정책 현안에서 입장 차이를 드러냈으나, 이념 성향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중도'라고 규정했다.

한국일보가 3일 실시한 '대선주자 정책 지상청문회'에서 자신의 정치 노선 및 이념을 지수(0은 대단히 보수적, 5는 중도, 10은 대단히 보수적)로 나타내달라는 요청에 6명의 대선주자들은 모두 4와 5.5 사이에 있다고 대답했다. 이들 대선주자가 스스로 이념 지수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5.5라고 했고, 고건 전 총리와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완전한 중도를 뜻하는 5로 규정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4~4.5라고 평가했고,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4라고 응답했다.

대선주자들이 경쟁적으로 중도에 가깝다고 한 것은 다른 주자들과 정책적으로 차별화하려는 의지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보수와 진보 양측으로부터 견제의 대상이 되지 않고, 양측의 표를 흡수하려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실제로 대선주자들은 북한 핵 실험 후 대북 지원과 이라크 파병,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문제 등에서 상당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대북 지원 문제에 대해 김 의장과 정 전 의장은 '남북교류 사업을 중단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으나 박 전대표와 이 전 시장은 '대북 지원을 북핵 문제와 연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고 전 총리는 공공 부문에 한해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낸 반면 김 의장과 정 전 의장은 '민간 부문을 포함한 전면적 분양 원가 공개'를 주장했다. 종합부동산세 적용 기준 조정 문제에 대해선 모두가 기준완화 검토에 반대했다.

입시제도와 관련, 김 의장과 정 전 의장은 고교 평준화를 비롯한 3불(不) 정책의 근간 유지를 강조했으나 이 전시장과 박 전 대표, 고 전 총리 등은 평준화 정책과 수월성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책 청문회 결과를 분석한 김주환 연세대 교수는 "대선주자들이 모든 것을 얻으려다가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할 것"이라며 "자신의 정치적 노선을 분명히 밝히고 국민의 선택을 기다려야 국민도 헷갈리지 않고 원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정녹용기자 ltrees@hk.co.kr

6인이 규정한 자신의 이념지수·노선

여야의 대선주자들은 자신의 정치 노선 및 이념에 대해 한결 같이 ‘중도 실용주의’라고 규정했다. ‘0은 대단히 진보적, 5는 중도적, 10은 대단히 보수적’이라고 전제했을 때 6명의 대선주자들은 모두 ‘4~5.5’사이의 중도라고 대답했다. 보수나 진보 등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보이지 않으려는 셈법이 들어있는 듯하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자신들의 이념 지수를 똑같이 ‘5.5’라고 밝혔다. 기업인 출신인 이 전 시장은 “자유민주주의에 바탕을 둔 따뜻한 시장경제주의가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면서 ‘시장경제’를 중요한 모토로 내세웠다.

박 전 대표는 “무조건 보수나 무조건 진보 등의 사고 방식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념적 가치가 국정 분야별로 탄력적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외교안보, 경제, 교육, 과학기술, 기업 분야 등에서는 우파식 개혁이 필요하고 복지, 노사관계, 문화, 여성 분야 등에는 진보의 합리적 주장이 수용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통합’을 강조하는 고건 전 총리와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은 이념 좌표의 정중앙인 ‘5’를 선택했다. 고 전 총리는 “나를 진보로 부른다면 합리적 진보이고 보수라고 부른다면 개혁적 보수로 생각했으면 좋겠다”면서 이념적으로 중간자 입장임을 강조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신봉한다”면서 “다만 소외 계층을 배려하고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는 점에서 개혁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자유민주주의에 바탕을 두면서도 합리적이며 창조적인 개혁 추구를 기치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권위주의적 개발 시대 사고나 낡은 좌파적 이념을 극복하면서 세대ㆍ지역ㆍ계층 등으로 갈라져 있는 분열의 극복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다른 주자들보다 진보 쪽으로 한 클릭 이동한 ‘4~4.5’라고 답변했지만 여전히 중도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김 의장은 자신의 진보 성향 이미지를 의식한 듯 “이전의 정치 행보를 감안하면 중간에서 좌측이겠지만, 새로운 성장 모델을 필요로 하는 현재로서는 진보냐 보수냐를 구분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6명의 주자 중 가장 왼쪽인 ‘4’라고 답했지만 자신의 이념을 ‘개혁적 중도주의’라고 규정했다. 그는 “21세기 중도주의는 진보와 보수의 어정쩡한 중간이 아니라 양쪽의 가치를 아우르는 창조적 대안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미국 관련 정책

차기 정부의 대미관을 가늠해볼 수 있는 이라크 파병 및 전시작전권 환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문제에 대해 대선주자들은 상대적으로 선명한 색깔을 드러냈다. 범 여권 후보로 여겨지는 고건 전 총리는 한나라당 주자들과 생각이 가까웠다.

우리당 주자들은 현 정부의 작전권 환수 협상에 힘을 보탰다. 정동영 전 의장은 “한미 양국이 충분한 공감대를 거쳐 추진하는 사안”이라고 했고, 김근태 의장은 “장기적으로 우리의 안보역량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북핵 문제가 터진 안보위기 상황에서 현 정부가 작전권 이양을 추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고, 이명박 전 시장도 “북한의 핵실험으로 사정이 변했다”며 반대했다. 고 전 총리도 “북핵 문제 등을 고려해 차기 정부에 맡기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이었다.

자이툰 부대 철군 문제도 의견이 갈렸다. 우리당 주자들은 “철군 검토는 자연스러운 일”(김근태)이라고 한 반면 한나라당 주자들은 “한미관계 개선을 위한 파병연장”(박근혜), “한미동맹 고려한 단계적 추진”(이명박) 등 파병연장을 주장했다. 고 전 총리는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한미 FTA 체결의 필요성에는 원칙적으로 공감하면서도 민의를 충분히 수렴하고, 시한에 쫓겨 손해 보는 장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FTA체결은 시대적 대세”(손학규)이기 때문에 “찬반논의 보다는 이익을 최대화하고 부담을 최소화 하는 방안을 찾되”(고건), “FTA를 체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배짱과 각오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정동영)는 것이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교육문제

교육분야에선 대선주자 6명의 답변에 큰 차이가 없었다. 대부분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해결책 제시 대신 두루뭉실한 답변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대입제도의 개선 방안에 대해선 하나같이 대학의 자율성 확대를 가장 중요하게 꼽았다. 이런 가운데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과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각각 소외계층에 대한 정책적 배려, 지역균형 선발제 확대 등 교육의 공공성을 강조했다. 김근태 우리당 의장도 교육문제를 ‘넓은 의미의 사회안전망’으로 규정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수능시험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시험횟수를 늘리자는 실용적인 제안을 했다.

고교 평준화 정책에 있어선 ‘기조 유지, 수월성 교육 보완’이라는 답변이 주를 이뤘지만 강조점은 여야가 달랐다. 김 의장과 정 전 의장은 고교 평준화를 비롯한 ‘3불(不) 정책’의 근간을 유지하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반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고건 전 총리는 각각 “경쟁 요소 도입”, “자립형 사립고와 자율형 공립학교 확대” 등 수월성 교육에 주안점을 뒀다. 박 전 대표도 “현실화한 학력 격차를 인정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손 전 지사는 ‘수도권은 평준화 유지, 비수도권은 자체 판단’이라는 독창적 구상을 피력했다.

사회적 논란이 큰 교원평가제 도입 여부에 대해선 6명이 모두 도입에 찬성했다. 이 중 손 전 지사는 “심지어 중국에서도 도입하고 있다”며 가장 분명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대선주자 모두 교원단체의 반발이 극심한 점을 의식한 듯 객관적인 평가 기준과 평가 방법의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공히 지적했다.

양정대 기자

이념 관련 현안

대선 주자들은 한미관계, 대북 지원, 성장과 복지 문제 등 이념 성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책에 기본적으로 중도에 가까운 자세를 취한 가운데 일부 대목에서 인식 차이를 드러냈다.

한미관계 방향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6명은 모두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친미와 반미라는 이분법적 시각도 배격했다. 다만,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변화하는 안팎의 조건에 맞는 새로운 파트너십을 형성해야 할 때”라고 관계변화를 주문했다.

고건 전 총리는 “한미동맹에 균열이 있어선 안되며 국익을 위한 용미(用美) 외교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한미동맹 강화가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분명히 했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굳건한 한미동맹은 21세기 우리 안보와 경제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 독특한 이념 지표인 대북 지원 문제에 있어선 비교적 분명한 차이가 드러났다. 박 전 대표가 “북핵의 실질적 위협이 사라질 때까지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지원은 중단해야 한다”며 가장 강경했다. 이 전 시장도 “인도적 지원은 투명성 확보를 전제로 계속돼야 하지만 나머지 지원은 북핵과 연계해야 한다”는 보수적 답변을 했다.

고 전 총리는 “교류를 지속하되 남북경협 사업의 신축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손 전 지사는 “북한이 핵 포기를 한다면 지원을 늘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대북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해 중도 보수적 입장에 섰다.

반면 김 의장과 정 전 의장은 각각 “평화적 목적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은 중단해선 안된다”, “대북 지원을 정치군사적 문제와 연계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성장과 복지 중 어느 쪽에 비중을 두는 게 바람직한가’라는 질문에는 김 의장과 정 전 의장, 손 전 지사가 “성장과 복지는 동시에 추구돼야 한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반면 이 전 시장(성장 없이는 일자리도 없고 복지도 불가능하다), 박 전 대표(성장이 바로 복지라는 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고 전 총리(성장 없는 복지는 빈곤의 평준화로 귀결된다)는 성장에 무게를 실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캠프별 브랜드 정책

대선주자들은 정책 세일즈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고유 색깔’을 담은 대표 정책들을 다듬고 있다. 각 대선주자 캠프에서 내세우는 이른바 ‘브랜드 정책’들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미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은 대선 공약에 가까운 정책들을 내놓고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브랜드는 단연 ‘대형 건설 프로젝트’ 이다. 그는 경부운하를 비롯한 내륙 운하 건설과 신혼부부 아파트 공급 등 ‘포스트 청계천’ 청사진들을 쏟아내고 있다. 경부운하란 남한강 상류와 낙동강 상류를 잇는 터널 공사를 통해 총길이 500여㎞의 인천과 부산을 물길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과학중심 국가론’을 내세운다. 전자공학과 출신인 그는 국민이 잘 먹고 잘사는 시대를 위한 핵심 과제로 과학기술 육성을 강조한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중국 방문 기간에 철도와 해상운송을 결합한 형태의 ‘열차 폐리’구상도 밝혔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한나라당의 ‘웰빙당’이미지를 깰 ‘민심의 대변자’임을 내세운다. 무주택자와 1가구1주택자를 배려하는 부동산 대책은 물론 ‘유치원ㆍ고교 무상교육’등 서민 친화형 정책을 차례로 공개하고 있다.

범여권 주자들은 아직 구체적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고건 전 총리는 이념 및 지역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중도 통합’과 안정적 국정 운영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는 최근 참여정부의 대북 포용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며 ‘햇볕 조절론’이란 브랜드를 새로 내놓았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통일ㆍ외교 분야에서의 비교 우위를 내세우고 있다. 정 전의장은 올 여름 독일 에서 체류한 데 이어 최근 미국을 방문, 유력 인사들과 폭넓게 접촉하며 북핵 해법과 남북관계 구상 등을 가다듬었다. 그는 6일부터는 중국을 방문, 탕자쉬안 외교담당 국무위원 등과도 만난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뉴딜 정책’을 구체화하면서 ‘대안을 갖춘 민주화 지도자’임을 자임한다. 경제계와의 뉴딜이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었다면 노동계와는 사회적 대타협을 주장한다. 김 의장측은 “구직자에게는 일자리를, 노동자에는 고용 안정을, 기업인에게는 경영환경 개선, 국민에게는 희망을 주는 것이 뉴딜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부동산 세제

부동산과 일자리 창출 문제를 놓고 대권 주자들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신중론이 대세였으나 부동산 세제 문제 등에 대해선 강ㆍ온이 엇갈렸다.

분양 원가공개 문제에 대해 고건 전 총리,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전 경기지사,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공공부문은 찬성하지만 민간업체의 분양원가 공개는 반대 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 하지만 정 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김 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민간부문을 포함한 전면적 원가공개” 주장으로 각을 세웠다. 세금 문제에 대해선 차별화가 더욱 뚜렸했다. 한나라당 주자들은 1가구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감면에 한 목소리를 냈다.

박 전대표는 “1가구 2주택 이상에 대해서도 거래를 마비시킬 정도로 세금을 중과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가장 완화에 적극적이었지만, 손 전지사는 “1가구 2주택 이상자는 중과세가 마땅하다”고 맞섰다. 반면 김 의장은 완화는 검토 조차 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종부세 역시 김의장이나 정 전의장등은 종부세 완화는 “검토대상 조차 아니다”라고 잘랐고, 손 전 시장도 “적용기준 조정은 급한 문제가 아니다”라는 입장. 그러나 나머지 주자들은 “세부담 증가 추이와 국민들의 부담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 총리), “시행해보지 않고 바꿀 수는 없지만 문제점을 충분히 검토한 뒤 실시해야 한다”(박 전대표), “1가구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이 전시장) 등 다소 비판적 입장에 서있었다.

청년 실업 해결, 일자리 창출 방안에 대해선 모두 “민간투자 활성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고 전 총리는 “창업과 투자에 대한 규제를 획기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은 “부동자금이 기업으로 투자된다면 일자리가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했고, 김 의장은 “기업이 사내유보를 하고 있는 80조원을 투자로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는 “하이테크 제조업을 키워야 서비스 부문에서도 고임금의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은 “경력 중시형으로 노동수요가 바뀌는데 교육ㆍ노동간 인력수급 체계가 변화에 부응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손 전 지사는 “기업은 회계 투명성을 높이고 정부는 규제를 풀어줘 기업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김주환 연세대 교수 평가

노선이나 이념은 정치지도자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집약적으로 반영한다. 따라서 정치지도자 스스로 규정한 이념 성향의 지수는 유권자에게 대단히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자신이 지지하는 대선주자가 앞으로 수많은 사안들을 어떠한 방향으로 처리할 것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당연히 자신의 이념 성향과 가장 가까운 대통령 후보를 선택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이번의 이념 조사 결과는 유권자들에게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6명의 대선주자 가운데 가장 보수적인 점수라고 해봐야 5.5점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불과했고, 가장 진보적인 점수 역시 4점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완전한 중도인 5점 (고건 전 총리, 손학규 전 경기지사)과 4.25점(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ㆍ4.0~4.5라고 답변)이 있었다.

이는 지나치게 표를 의식한 결과라 생각된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이념 성향에 관한 그간의 여러 조사를 보면 대체로 4점에서 5.5 사이에는 40%가 조금 넘는 유권자들이 존재할 뿐이다. 한국일보가 2002년 대선 직전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 의식 조사에서도 자신의 이념 성향이 4~5라고 대답한 사람은 모두 42.7%에 그쳤다. 4점 미만의 진보 성향을 지녔거나 6점 이상의 보수 성향을 가진 유권자들을 모두 합하면 60% 가까이 된다. 결과적으로 6명의 대선주자들은 60%에 가까운 유권자들을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전통적으로 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정치 지도자의 이념 성향은 경제적ㆍ사회적 평등에 관련된 정책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런데 이러한 사안과 관련된 실업 문제, 고교 평준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에 대한 우리나라 대선주자들의 입장 차이는 미미했다. 다만, 성장과 복지 문제에서 약간의 차이를 드러냈지만 분명한 노선의 분화를 보여줄 정도는 아니었다. 모든 대선주자들은 성장과 복지를 함께 추구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일치했으나 이 전 시장, 박 전 대표, 고 전 총리 등은 ‘성장 없이는 복지도 없다’는 점을 강조했고, 손 전 지사는 ‘부자 때리기를 해서는 곤란하다’고 대답했다.

대선주자들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이념의 축인 북한과 미국에 대한 입장과 관련된 사안들 (대북 지원, 한미동맹,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이라크 파병 등)에서는 어느 정도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가령 대북 지원과 한미 동맹 문제 등에서 한나라당 소속인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등은 보수적 견해를 밝혔으나 열린우리당의 김 의장과 정 전 의장 등은 다소 전향적 입장을 드러냈다.

대선주자들은 보수층과 진보층에서 모두 표를 얻겠다는 일념에, 또는 어느 쪽의 표도 잃지 않으려는 조바심 때문에 모두 자신을 이념 좌표의 중앙에 자리잡도록 규정했다. 그 결과 주요 정책 현안에 대한 입장에서도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게 되고, 정책 대결의 의미도 줄어들게 된다. 이는 다양한 의견의 표출과 융합이라는 건강한 민주주의의 원칙과도 거리가 멀다.

확실한 것은 다수의 국민은 이 대선주자들보다는 더 보수적이거나 더 진보적이라는 사실이다. 모든 것을 다 얻으려다가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 자신의 정치 노선을 분명히 밝히고 국민 선택을 기다려야 한다. 그래야 유권자들도 헷갈리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후보에게 자신 있게 표를 던질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유권자들로서는 또 다시 출신 지역 등 연고 외에는 후보를 선택할 별다른 이유를 찾기 힘들게 될 것이다.

■ 대선주자 정책질문 항목

1. 바람직한 부동산 정책. 분양 원가 공개와 종부세 적용 기준에 대한 입장.

2. 자이툰 부대의 철군 또는 파병 연장에 대한 의견.

3.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협상에 대한 견해.

4. 대학입시 제도 개선 및 고교 평준화 문제 등에 대한 견해.

5. 교원평가제 도입 여부에 대한 견해.

6.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대한 의견.

7. 한미동맹 강화와 미국 중심 외교 탈피 중 선택.

8. 북한의 핵실험 사태 이후 대북 경제 지원에 대한 입장.

9. 경제성장과 복지 정책 중 우선 순위.

10. 실업 문제 해결 및 일자리 창출 방안 등에 대한 견해.

11. 자신의 정치적 노선 및 이념을 지수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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