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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위한' 교황의 변신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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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위한' 교황의 변신은 무죄?

입력
2006.12.02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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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를 방문 중인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1일 이스탄불의 홀리 스피리트 성당에서 마지막 미사를 집전한 것을 끝으로 자신의 첫 무슬림 국가 방문을 마무리했다.

교황은 3박4일의 터키 방문에 대해 “종교간 이해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고 자평하며 터키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 전날 그리스 정교 총대주교인 바르톨로뮤 1세가 집전한 '성 안드레의 날' 기념 예배에 참석했던 교황은 이날 바르톨로뮤 1세를 가톨릭 성당으로 초청해 동서 교회의 화해와 통합의 의지를 다졌다.

이번 터키 방문 기간 중 베네딕토 16세는 파격적 행보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방문 첫날인 지난달 28일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지지한 데 이어 29일 마치 국가대표 운동선수처럼 커다란 터키 국기를 들고 흔들더니 30일에는 이슬람 사원에 방문해 무슬림 성직자들과 함께 기도까지 했다. 대부분 무슬림들은 교황이 화해의 메시지를 강하게 전하고 있다며 반기고 있지만, “너무 갑작스레 바뀌어 진심인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있다.

교황은 30일 내부의 푸른 타일 장식 때문에 ‘블루 모스크’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한 술탄 아흐멧 사원에 들어가 이슬람 성직자와 함께 메카를 향해 기도했다. 역사적으로 교황이 이슬람 사원에 방문한 것은 요한 바오로 2세가 2001년 시리아에 있는 한 사원에 잠깐 들렀던 이후 두 번째다.

교황은 사원 내에서 철저하게 이슬람 전통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들어가면서 신발을 벗고 흰색 슬리퍼로 갈아 신었고, 이스탄불의 최고위 성직자인 무스타파 자그리지와 나란히 걸어 들어갔다. 자그리지가 “이제 기도합니다”하며 다 함께 기도를 시작하자, 교황도 고개를 숙이고 함께 기도를 했다.

교황은 사원을 떠나기 전 자그리지에게 “기도 시간에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자그리지도 교황에게 “한 마리의 제비가 봄을 가져올 수는 없지만, 그 뒤를 많은 제비들이 따를 것이며, 우리는 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교황의 화해 메시지를 잘 받아들인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두 사람은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가 그려진 선물을 주고 받기도 했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바티칸 대변인은 교황의 기도에 대해 “(기독교) 신자는 어디서든, 모스크 안에서도 기도할 수 있다”면서 “교황의 기도는 개인적인 기도였다”고 덧붙였다.

베네딕토 16세의 이런 모습은 8월 독일 한 대학에서 이슬람을 폭력성과 연관시키는 연설을 했다가 전세계 무슬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던 때와 정반대의 이미지다. 독일 발언이 이슬람 세계를 뒤흔들자 교황은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며 파문 수습에 나섰지만 이번 터키 방문 전에도 2만5,000여명이 수도에 모여 교황 방문 반대시위를 벌이는 등 무슬림의 앙금은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다.

이 같은 교황의 ‘대변신’에 대해 무슬림들은 반기면서도 의아해 하는 분위기다. 30일 터키 신문들은 일제히 국기를 흔드는 교황의 사진을 1면에 실었고, 전문가들도 “교황이 터키 사람들의 마음에 진정으로 다가갔다”며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1일 많은 터키 국민들이 아직 완전히 믿지는 못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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