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도하 아시안게임의 개회식이 벌어진 1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스타디움. 오후 3시부터 경기장에 입장한 관중들에겐 작은 상자가 하나씩 지급됐다. 내용물은 카타르 국기와 조명막대, 작은 북 등. 관중들은 단순한 관람자가 아닌 행사 참여자가 된다.
오후 5시40분. 전통의상을 입은 한 무리의 카타르 어린이들이 민속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45개 참가국 선수단을 환영하는 의미가 담긴 춤이다. 도하 아시안게임 마스코트인 ‘오리(Orry)’가 등장해 흥을 돋웠고, 오후 7시가 되자 카타르의 셰이크 하마드 빈 칼리파 알 타니 국왕이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불이 꺼진 칼리파 스타디움에 입체영상으로 커다란 숫자가 새겨졌고, 카운트다운과 함께 드디어 아시안게임 개회식이 시작됐다. 그라운드에 펼쳐진 카타르 국기. ‘평화가 깃들기 바란다’는 아랍어 인사말 ‘앗 살람 알라이쿰’도 밝게 그라운드를 수놓았다.
우렁찬 팡파르와 함께 카타르의 국가가 울려 퍼진 뒤 ‘아스트롤라베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주제로 한 종합예술 공연이 이어졌다. ‘아스트롤라베’는 고대 아라비아에서 쓰였던 천문관측 기기로 아랍 해상문명의 기초로 여겨진다.
카타르의 한 소년이 전통 범선을 타고 아스트롤라베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 높이 63m 전광판에서 거대한 폭풍우가 몰아쳐 범선이 뒤집히고, 청년은 큰 새에 이끌려 카타르의 부족에 인도됐다. 아시아 각 지역을 돌다 결국 아스트롤라베를 찾는다는 줄거리다.
1만여명의 출연자와 말 64마리가 첨단 입체 영상 속에서 환상적인 이미지를 드러내자 칼리파 스타디움은 탄성의 도가니로 바뀌었다.
공연의 흥분이 가라앉자 선수단의 입장이 시작됐다. 이규섭-리금숙의 ‘남남북녀’ 기수를 앞세워 16번째로 공동입장한 남북한 선수단은 관중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카타르 국왕의 개회 선언과 선수단 대표의 선서가 이어졌고,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테너 호세 카레라스의 노래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하이라이트인 성화 점화와 조명쇼를 끝으로 화려한 개회식은 막을 내렸다. 아시아 곳곳을 누비며 5만km를 돌아온 성화는 대회 폐막일인 15일까지 도하에서 타오른다.
도하(카타르)=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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