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땅투기로 집도 논도 다 날리게 생겼습니다.”
30일 오전 10시께 전남도청이 있는 전남 무안군 일로읍 망월리 마을회관앞. 삼삼오오 모인 주민들은 하나같이 땅이 꺼질 듯 한숨을 내쉬었다. 이 마을 30여 가구 주민들은 빚더미에 올라 그동안 피땀 흘려 장만한 집과 문전옥답을 잃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최근 한미 FTA 반대 집회로 전국이 들썩거렸지만 적게는 몇천만원에서 많게는 몇억원까지 빚을 진 이들에게는 ‘남의 일’처럼 들렸다.
이 마을 주민이 빚더미에 오르게 된 사연은 전남 도청이 이곳으로 옮긴다는 설이 나돌던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농촌공사는 같은 해 12월 영산강 2단계 간척지 중 잡종지 113건 38㏊(약 11만평)를 공개 경쟁입찰에 부쳤다.
당시 입찰 자격은 이 지역에 거주하는 농민들로 제한됐기 때문에 서울 등 대도시에서 온 투기꾼들은 현지 농민 이름을 빌려 잡종지 구입에 뛰어들었다. 현지 주민 30여명도 땅값이 오를 것이라는 농촌공사의 말만 믿고 여기 저기 빚을 내서 간척지를 구입했다. 이 마을 주민들이 농지구입에 들인 돈만 49억 6,000만원에 이른다. 당시 입찰은 5대1의 경쟁률을 보여 평당 2만~3만원이던 현지 시세보다 최고 20배가 넘는 최고 55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덕분에 농촌공사는 이 입찰을 통해 128억 6,600만원을 벌어 들였다.
하지만 땅값이 생각만큼 오르지 않으면서 문제가 터졌다. 농가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와 원금 등을 갚지 못해 토지가 환수되고 재산을 가압류 당하게 됐다. 당시 농촌공사가 선심을 쓰듯 농민들에게 토지구입가격을 3년 거치, 10년 상환으로 완화해주었던 것도 부담으로 돌아왔다. 농가들은 2년만에 계약해지를 요청했지만 농촌공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침내 2003년 8월과 2004년 초에 일부 땅이 환수당하고 계약금 5억원과 연체이자 8억원 등 총 13억원을 날려야 했다.
실제 1,900평을 4억7,000만원에 낙찰 받는 A(55)씨는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해 2003년에 땅을 환수 당했다. 또 금융기관에 빌린 7,200만원을 갚지 못해 논밭이 가압류된 상태라 담보 대출도 받지 못하고 있다. 또 싼값으로 내놓아도 이 일대가 토지거래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어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없다.
농민들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회에 진정서를 내고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싸움 끝에 올해 계약금을 돌려 받았지만 늘어나는 연체이자 때문에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주민 B(65)씨는 “땅값이 오른다는 말에 덜컥 사버린 우리도 잘못이지만 공사도 쓸모없는 땅을 지나치게 높은 값에 팔아먹고 이자놀이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농촌공사 관계자는 “입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벌어진 일“이라며 “주민들의 사정은 안타깝지만 도와줄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목포=박경우 기자 gwpark@hk.co.kr
"아파트 샀는데 입주도 못하네" 발만 동동
지난해 5월부터 개발이익환수제의 일환으로 임대주택의무비율제가 소급적용돼 시행되면서 건설회사와 입주자들 사이의 마찰이 거세지고 있다. 당초 일반분양으로 잡아놓았던 새 집을 임대로 바꾸면서 수십 억~수백억 원의 건설사 이익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이를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를 두고 양측이 옥신각신하고 있는 것이다. 건설사는 “법이 바뀌는 바람에 회사도 큰 손해를 봤기 때문에 입주자들도 이를 분담해야 한다”며 추가로 부담금을 내라는 입장이다. 반면 입주자들은 “건설사의 손해를 왜 입주자들이 부담해야 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1일 오후 서울 노원구 월계동 월계 롯데캐슬 아파트 102동 앞. 박병희 양영미씨 부부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박씨는 “추가부담금 450만원을 내지 않으면 아파트 열쇠를 줄 수 없다고 한다”며 “법적 근거도 없는 부담금으로 입주자를 협박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입구에는 포장 이사차와 트럭 2대로 실어 온 짐이 쌓여 있었다. “새 집에 이사 온다는 생각에 들 뜬 기분으로 동대문구 장안동에서 새벽부터 짐을 꾸려 이사왔다”는 이들은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시각 지하주차장에 있는 입주자지원센터 앞은 아수라장이었다. 입주 예정자 수십 명과 롯데건설 직원들이 “부담금을 내야 입주할 수 있다”며 입주 예정자들과 말다툼했고 일부는 몸싸움까지 했다.
논란의 핵심은 지난해 5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되면서 만들어진 임대주택의무비율제. 당초 롯데건설과 재건축 조합은 2004년 10월 롯데건설이 아파트를 짓는 대신, 총 850가구 중 51세대를 지분으로 확보해 나중에 이를 일반분양해서 이익을 갖도록 했다. 하지만 이 법이 지난해 5월 이전에 사업승인을 받은 모든 아파트로 소급 적용되면서 롯데건설은 49세대를 일반분양이 아닌 대한주택공사를 통해 임대주택으로 내놓게 됐다. 평당 1,300만∼1,400만원으로 일반 분양하려 했던 롯데건설은 주공에 절반 값(720만원 선)에 팔면서 이익이 70억원 이상 줄었다.
롯데건설은 줄어든 이익금 70억원을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롯데건설은 부담금을 내지 않은 입주자들은 절대 입주시킬 수 없다며 “공사 유치권을 행사한다”는 공고문을 각 동 입구에 게재했다.
하지만 입주자들은 펄쩍 뛰고 있다. 김형열(64)씨는 “회사는 소급적용이라고 하는데 법이 바뀐 다음인 올해 1월 만들어진 본 계약서에도 추가부담금이라는 말은 찾아볼 수 없다”며 “입주를 코 앞에 두고 다급한 입주자들을 기만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입주자 20여명은 추가부담금을 내고 열쇠를 받아갔다.
임대주택의무비율제: 개발이익환수제의 하나로 아파트 재건축 때 늘어난 용적률의 일부를 일반분양이 아닌 임대주택으로 내놓아야 하는 것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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