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이 단호해졌다. 이전과 달리 노무현 대통령과의 전면전을 피하지 않고 정공법을 쓰고 있다. 그를 상징했던 ‘지성의 리더십’이라는 두터운 외투를 벗어 던지고 전투적 이미지가 강한 ‘대결의 리더십’으로 하루가 다르게 무장하고 있는 것이다.
1일에도 김 의장은 작심한 듯 노 대통령과 정면으로 맞섰다. ‘통합신당=지역당’이라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제2의 대연정 발언’으로 몰아붙였다. 한 측근은 “노 대통령이 평화개혁세력 대통합이라는 김 의장의 원칙을 폄하한 데 대한 반박”이라고 했다. 전날까지 “북극성이라는 민심만 보고 가겠다”며 자신의 생각을 에둘러 표현하던 것과는 분명 달라졌다.
이에 대해 김 의장 주변에선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한 고위당직자의 말처럼 “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 상황을 방치했다간 당이 공중분해될 것”이란 위기감의 발로라는 이야기다. 여기엔 김 의장이 김병준ㆍ문재인 입각 논란, 건교부의 일방적인 신도시 계획 발표, 전효숙 파문 등 정국 교착의 원인이 된 현안을 논의하자며 제안한 4차례의 대통령 면담이 모두 무시된 데 대한 서운함도 깔려 있다.
그러나 정가에선 김 의장이 대결의 리더십을 택한 데는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히기 위한 ‘이미지 정치’의 측면이 크다고 분석한다. 한 측근의원은 “결단의 시점이 빨라졌지만 이제는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김 의장의 달라진 모습에 당내의 반응은 나쁘지않다. 정동영계 핵심의원조차 “오죽했으면 저러겠나 하고 이해하는 의원들이 많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정작 김 의장측의 고민은 깊다. 무엇보다 당청이 막말 싸움을 주고받은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강한 리더십’이 지나칠 경우 오히려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줄 수 도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도로 민주당’의 정당성을 주장하거나 YSㆍJP가 노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과 똑같이 받아들여질 것 같은 우려다. 노 대통령과 ‘말 vs 말’로 맞서는 동시에 6자회담과 부동산정책 등 현안 중심의 ‘정책’주도성을 거듭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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