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치러진 서울대 수시모집 특기자전형 인문계열 논술고사는 제시문이 예년에 비해 평이했지만 글쓰기과정을 통해 창의적 사고력 여부를 가려낼 수 있도록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1일 서울대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논술문제에서 제시문(가)는 <삼국사기> 중 호동왕자의 죽음을 다루고 있다. 고구려 3대 대무신왕의 둘째 왕비 소생인 호동은 정비(正妃)의 질투와 모략에 넘어간 아버지가 벌을 주려 하자 “내가 (무고함을) 밝히면 어머니의 잘못을 드러내게 되고, 그러면 대왕에게 근심을 끼치게 되니 효도라 할 수 있겠는가”라며 자결을 했다는 내용이다. 제시문(나)는 “아버지가 잘못된 판단으로 자신을 죽이려 했다면 달아나서 아버지를 불의(不義)에 빠뜨리지 않게 해야 한다. 호동은 작은 절개(小節)에 집착, 대의(大義)에 어두웠다”는 김부식의 평가다. 삼국사기>
서울대는 ▦삼국사기를 다시 편찬한다는 가정아래 ▦호동과 김부식의 서로 다른 가치관과 가치실현 방법을 비교 분석하고 ▦김부식의 논평에 대한 평가를 포함해 “두 사람은 같은 문제에 서로 다른 답을 제시했는데 어떠한 가치들이 갈등하는 문제인지 딜레마의 형태로 그 문제를 정의하라”고 요구했다. 3시간 동안 2,500자 분량. 서울대 김경범 입학관리본부 연구교수는 “1,000년 전의 논평을 수험생 자신의 가치관에 의거해 현대적 시각으로 재평가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논술전문가들의 의견은 “이해는 쉬우나 쓰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것으로 모아졌다. 서울대가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을 변별해 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것 같다는 분석도 나왔다. 청솔학원 평가연구소는 “제시문이 지난해(5개)보다 3개나 주는 등 논제 및 제시문의 난이도는 교과서 수준으로 평이했으나 논제 파악이나 제시된 여러 조건에 따라 논리적 글을 작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부터 언어 및 수리논술을 통합한 고려대의 수시2학기 논술(11월25일)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서울대 2007학년도 수시모집 논술 문제 예시
□ [제시문 가]와 [제시문 나]는 김부식(金富軾)의 삼국사기(三國史記)에 실려 있는 글이다. 삼국사기를 다시 편찬한다고 가정하고, [제시문 가]의 사실에 대해 [제시문 나]와 같은 성격의 글을 작성하라. (단, 아래의 조건을 만족시킬 것)
. 호동과 김부식은 같은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답을 제시하고 있다. 어떠한 가치들이 갈등하는 문제인지 딜레마의 형태로 그 문제를 정의하라.
. 호동의 대응과 김부식의 논평에 드러난 양자의 가치관과 가치 실현 방법을 비교 분석하라.
. [제시문 나]에 대한 평가를 포함하라.
[제시문 가]
여름 4월에 왕자(王子) 호동(好童)이 옥저(沃沮)에서 유람하고 있는데, 낙랑왕(樂浪王) 최리(崔理)가 길을 나섰다가 마주쳐서 물었다. “그대의 얼굴을 보니 예사 사람이 아니오. 북국(北國) 신왕(神王)*의 아드님이시지요?”그러고는 함께 돌아가서 자기 딸을 아내로 삼게 했다. 뒤에 호동이 귀국해서는 사람을 시켜 최리의 딸에게 몰래 전갈했다. 이하 생략.
[제시문 나]
(나 김부식은) 논(論)하여 말한다. 이 대목에서 왕이 참언(讒言)을 믿어 죄가 없음에도 사랑하던 아들을 죽였으므로 그 어질지 못함은 논할 여지도 없다. 그러나 호동도 죄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어째서 그러한가? 자식으로서 아비의 책망을 받을 때는 마땅히 순(舜) 임금이 아버지에게 하듯 해야 한다. 이하 생략.
※제시문 전문은 한국i닷컴(www.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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