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인 환율상승 정책은 장기적으로는 산업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오히려 환율하락이 경쟁력 강화를 촉진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이 1일 발표한 환율변동과 노동생산성간 관계 분석에 따르면 1993~2003년에 제조업 19개 업종별로 환율변동이 생산성변동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외환위기 이전에는 환율변동이 생산성에 미치는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에는 환율상승이 단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상승은 장기적으로 수입재 가격을 올리고, 최신 장비나 신기술 도입을 지연시키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높은 환율로 인해 수익성이 확보되면 신기술 개발보다는 기존제품의 생산에 주력하고, 고급인력의 육성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등 경영혁신 노력을 덜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병창 금융경제연구원 과장은 "외환시장 개입 등으로 환율이 균형수준보다 높게 유지되는 경우 단기적으로는 경기부양 효과를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한계기업의 구조조정 지연, 신규기업 진입억제, 투자 인센티브 약화 등을 초래해 초기 긍정적 효과가 상쇄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만의 경우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진행된 대폭적인 환율하락으로 기업간 경쟁이 촉발돼 한계기업의 퇴출과 혁신 신생기업의 진출을 촉진해 제조업 전반의 생산성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반대로 캐나다의 경우는 90년대 미국 달러화 대비 환율이 장기간 높게 유지되면서 수입물품의 가격 상승으로 투자가 위축되고 전통산업의 기술혁신이 지연돼 미국과의 생산성 격차가 더 확대됐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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