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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의 책이랑 놀자] 책방 데이트, 아이에겐 추억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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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의 책이랑 놀자] 책방 데이트, 아이에겐 추억이 돼요

입력
2006.12.01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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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ㆍ고등학교 시절부터 종로서적 다니기를 좋아했다. 교보문고와 영풍문고가 엄청난 크기와 세련된 인테리어로 압박할 때도 나는 종로서적만의 분위기가 좋았다. 좁은 계단과 역시 좁은 서가 사잇길, 계단 옆 화장실의 문을 열고 나서자면 계단 오르내리는 사람들과 맞부닥뜨리게 돼 수줍기도 했다. 끝층에나 있던 자판기와 공중전화…, 무엇보다 아무 장치 없이 밝기만 했던 형광등이 좋았다. 늘 소설과 시집이 있는 곳만 맴돌다 대학교재를 사겠다고 전문서적 코너로 올라갔을 때 나는 내가 대단히 성장한 양 우쭐댔다. 두꺼운 책들을 도도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들춰내곤 했으니까.

딸아이가 일곱 살이 되면서부터 토요일은 엄마와 데이트 하는 날이 됐다. 막상 데이트라 해도 갈 곳이 마땅치 않다. 운전도 서툴고 비용도 한정되고 잘 놀 줄도 모르고…. 처음엔 무슨 놀이시설이나 공원에 가야 하는 거 아닌지, 기차 타고 어디든 다녀와야 하는 건 아닌지 부담스럽기만 했다. 그럴 때마다 “쉽게 생각하자”고 스스로 달랬다.

한번은 도서관에 없는 최근 신간을 둘러보겠다고 겸사겸사 대형서점엘 갔다. 그게 무슨 데이트냐며 입이 피노키오 코처럼 튀어나온 아이를 구슬러 간 서점, 그게 우리 서점 나들이의 시작이었다.

요즘 대형 서점들은 완전 쇼핑센터다. 할로겐 조명 밑에, 상품처럼 진열된 책들에 이젠 나도 익숙해져 버렸다. 많이 아쉽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서점 가는 날에는 아이들이 설렐 수도 있겠다. 딸아이도 처음에는 책보다 화려한 조명과 팬시상품들에 눈이 팽팽 돌아갔다. 보이는 것마다 사달라고 졸랐다.

그러나 규칙적 자극이란 참 무서운 것이다. ‘익숙해진’ 지금은 책 한 권(물론 두 권 살 때가 더 많지만)에, 아이스크림(이미 아이스크림을 먹었다면 토스트), 2,000원을 넘지 않는 문구류를 약속으로 안다.

서점에 도착하면 우리는 어느 범위를 벗어나지 않기로 약속하고 각각 행동한다. 처음엔 몇 번이고 아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확인했는데, 그때마다 아이는 ‘괜찮아’ 하는 눈빛을 보여주었다. 서로의 관심사가 있는 쪽으로 끌고 다니다 보면 “빨리 해!”라고 말하게 되고 곧 피곤해진다.

훗날 동아에게는 어린이코너 한 구석에 앉아 코 박고 책 읽던, 이 서점이 추억의 자리가 될까? 아이와 서점에 간다는 것은, 책을 사거나 보는 사람들 무리에 들어가는 경험을 주는 일이다. 뿌리가 조금씩 생기고 조금씩 자라나 자리를 넓혀 가듯 산뜻한 신간, 텁텁한 책의 냄새, 책 읽는 사람들의 움직임, 손에 든 책을 이야기 하는 사람들…, 어느새 그 공간이 익숙해진다. 책을 찾는 일에 편안하게 젖어들게 된다.

게다가 서점에서 ‘선택’한 책은 자기의 ‘소유’가 되는, 특별한 존재이다.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다.

어린이도서관 ‘책 읽는 엄마, 책 읽는 아이’ 관장 김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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