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소득세 완화 여부를 놓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논란의 발단이 국무총리시절 8ㆍ31대책을 진두지휘했던 이해찬 대통령 정무특보여서, 실제 정부 핵심에서 양도세 완화를 고려하고 있지 않냐는 관측도 슬며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세제당국과 여당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달 30일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특강에서 "종부세가 부담스러워 집을 팔려 해도 양도세가 무거워 팔지 않으면 공급이 줄게 된다"면서 "거주 연한에 따라 양도세를 차등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 특보의 이날 발언은 전날 대통령 특보단이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과 회동을 가진 다음날 나온 것이어서 상당한 관심을 불러왔다. 이날 특보단 회의에서 합의를 도출한 것은 아니었지만, 양도세 완화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8ㆍ31 대책의 핵심가운데 하나인 양도세 중과를 대놓고 수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특보단의 건의를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보완할 수도 있을 거라는 예상도 제기됐다.
정부는 8ㆍ31 대책 당시 2007년부터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발표하면서 "집을 팔도록 유도해 주택공급을 늘려 가격을 안정시키자는 취지"라고 말했지만, 이후 집값이 폭등하면서 오히려 매물을 거둬들이는 현상이 발생했다.
때문에 이 특보의 발언으로 세금 중과 대책이 집값 안정에 기여하지 못하고 거래만 위축시키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청와대 주변에서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이상, 일부 손질이 있을 거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세제 보완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반발이 워낙 강하고, 정부도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당장 양도세 완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우리당 부동산특위 위원장인 이미경 의원은 전날 이 특보의 발언에 대해 1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올 1월부터 이미 장기주택 보유자에 대해 양도세 일부를 공제해주는 장기보유특별공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며 "국무총리로 있으면서 관료들 생각만 너무 갖고 계신 것 아닌가"라며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부 역시 양도세 완화에 대해 회의적이다. 임영록 재경부 차관보도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양도세 중과와 종부세 등은 투기수요 억제와 조세형평성 제고를 위해 도입한 것"이라며 "이 같은 세제는 당초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당정의 비판이 이어지자 이 특보측도 이날 "강연중에 한 학생의 돌발적 질문에 대해 개인적 의견을 표명한 것일 뿐"이라며 "청와대나 정부와 사전에 교감을 나눈 적은 없다"고 물러섰다.
당정의 이 같은 입장을 미뤄볼 때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완화하거나 거주연한에 따라 양도세를 차등화하는 등의 양도세 근간을 흔드는 방안이 당장 공론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종부세는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이지만, 양도세의 경우 실현된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이기 때문에 단순히 매물이 안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완화를 하기에는 명분이 약할 수 있다. 또 양도세 완화를 발표할 경우 시장에 연쇄적인 규제 완화 가능성의 시그널을 보낼 수도 있다는 부정적 효과도 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