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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in DOHA/사막에서 히터 구하기?

입력
2006.12.01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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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터를 구해주세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단을 이끌고 있는 정현숙 단장이 대회 조직위원회에 요청한 품목 가운데 뜻 밖의 물건이 있다. 다름아닌 ‘히터’다.

‘열사(熱沙)의 나라’ 카타르에서 벌어지는 아시안게임. 한국 선수단이 맞닥뜨릴 어려움이 있다면 그것은 당연히 ‘더위와의 싸움’이어야 옳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한국 선수단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추위’였다.

정현숙 단장은 지난 29일 선수단의 ‘절박한 민원’을 해결했다. 오후 10시부터 한국 선수단 숙소의 에어컨 가동을 전면 중지시킨 것. 24시간 쉬지 않고 빵빵하게 가동되는 에어컨 바람 때문에 선수들은 극심한 컨디션 난조를 호소하고 있던 중이었다.

숙소의 각 방에는 에어컨 바람을 조절하는 장치가 있지만 건물 자체가 중앙냉방식 구조인 탓에 바람을 완전히 멈추게 하는 장치는 없었다. 추위를 견디다 못한 선수들은 테이프로 에어컨의 통풍구를 막아 보았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한 에어컨에서 시끄러운 소음이 발생해 또 다른 골칫거리가 됐다.

정 단장은 “차라리 에어컨이 고장 나길 바랐다”고 했다. 조직위에서 에어컨을 꺼준다고 해놓고도 번번히 약속을 어겼기 때문. 한국 선수단과 같은 건물을 쓰는 이란 선수들이 거세게 반발했던 탓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에어컨 바람을 멈추게 한 정 단장은 이번엔 ‘히터 구하기’에 나섰다. 부상중인 선수들에게 마사지라도 제대로 받게 하려면 의무실에 히터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어진 정 단장의 말에는 반쯤 체념이 섞여 있었다. “이 더운(?) 나라에서 과연 히터를 구할 수 있겠어요?”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옛 말씀이 도하의 ‘빵빵한’ 에어컨에도 적용되고 있다.

도하(카타르)=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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