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의 하승진, 207㎝의 서장훈, 그리고 205㎝의 김주성. 한국 농구가 낳은 역대 최고의 ‘빅맨’ 3명이 동시에 코트를 누비는 모습을 상상이라도 해본 적이 있는가.
그런 꿈 같은 일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벌어진다. ‘3명의 빅맨’이 한꺼번에 투입되는 이른바 ‘트리플 타워 시스템’. 이들이 국제대회에서 뭉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물론 타깃은 아시아 최강 중국이다.
물론 위험 부담도 크다. ‘트리플 타워’는 높이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장점이 있지만 센터 3명의 역할 분담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엔 오히려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때문에 아직은 실험단계다.
한국 농구 대표팀의 최부영 감독은 106-80의 완승을 거둔 지난 30일 바레인전에서 이 같은 시스템을 시험 가동했다. 다만 포스트엔 하승진과 서장훈을 배치하고, 김주성에겐 파워포워드의 임무가 주어졌다.
최부영 감독은 “비교적 파워가 덜한 김주성은 골밑보다는 외곽쪽을 맡는 것이 효과적이다. 센터로 쓰면 오히려 장점을 죽일 수 있다”고 말했다.
수비때 ‘트리플 타워’의 강점이 드러난다. 하승진과 서장훈이 골밑을 지키고, 김주성과 김민수(201㎝)가 외곽 수비를 맡는 시스템이다. 2m 이상의 장대 선수 4명이 내외곽에 포진하기 때문에 상대가 받는 압박은 엄청나다.
선수들도 ‘트리플 타워’ 시스템에 대해 긍정적이다. 하승진은 “서장훈 김주성 등 형들과 함께 뛰면 상대적으로 부담을 덜 수 있다. 체력도 비축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김주성은 “(하)승진이가 골밑에서 자리잡는 부분, 슈팅 등이 많이 좋아졌다. 센터 3명이 아직까지는 손발을 맞춰볼 시간이 많진 않았지만 서로 조율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도하(카타르)=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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