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 1일 본 방송 1주년을 맞는다. 지역 지상파DMB 사업자가 연내에 선정돼 내년 상반기 서비스권역이 전국으로 확대되면 '세계 첫 상용 서비스'에 걸맞은 모양새도 갖추게 된다. 그러나 업계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수도권 6개 사업자가 1일 내년 사업계획을 논의하는 모임을 갖기로 했을 뿐 이렇다 할 자축 행사도, 기념 이벤트도 없다. 극심한 광고판매 부진 등으로 수익성이 날로 악화해 이대로 가다가는 서비스를 포기하는 사업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만 가득하기 때문이다.
10월 현재 지상파DMB 단말기 보급대수는 221만2,000대. 선발 주자인 위성DMB(84만대)를 크게 앞서 있지만 속사정은 좋지 않다. 위성DMB가 이용료 인하와 콘텐츠 보강 등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반면, 지상파DMB 단말기 증가율은 6월 이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상파DMB의 유일한 수익원인 광고 형편은 더욱 열악하다. 3~10월 6개 사업자의 총 광고매출은 13억2,900만원으로, 사업자당 월 평균 2,700만원에 불과하다.
업계의 한탄처럼 "동네 슈퍼마켓 월 매출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급기야 6개 사업자는 9월 "연 30억원에 달하는 지하철 중계망 이용료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지하철 서비스 포기를 선언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콘텐츠도 부실하고 서비스 품질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수익모델의 부재로 '손 안의 TV'다운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이는 다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장재현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최근 낸 보고서에서 "현 상황에서 지역 지상파DMB가 도입되면 가입자 증가로 인한 매출 확대 효과보다는 수도권 지상파DMB의 부실이 전국으로 광역화하는 데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6개 사업자 모임인 지상파DMB특별위원회는 10월 방송위원회 등에 중간광고 허용을 비롯한 광고 제도 개선과 데이터방송 유료화, '보편적 서비스' 명문화를 통한 공공시설 이용료 감면 등을 골자로 한 '특별지원방안'을 건의했다.
그러자 위성DMB 사업자인 TU미디어도 "공정경쟁을 보장하라"며 지상파TV 재송신 허용, 편성 규제 완화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시장 예측에 실패한 지상파ㆍ위성DMB의 치열한 생존 경쟁이 정책 건의 다툼으로까지 번지면서 '세계 첫 상용 서비스'의 앞날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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