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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사법시험 면접에서 물어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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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사법시험 면접에서 물어야 할 것들

입력
2006.12.0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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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사법시험 3차 면접에서 예년과 달리 7명의 응시생이 무더기로 불합격 처리되면서 사법시험 면접 기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면접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주적(主敵)이나 북핵 문제에 관한 입장 등 특정 이념이나 정파적 입장을 강하게 내포하는 문제가 제시되면서 이들이 면접시험 질문으로서 타당했는가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 시험부터 편향된 사고에 길들이나

법무부는 면접시험 점수 분포 중 국가관이 차지하는 비율이 낮았고 불합격자 전원이 국가관과 상관없는 법조인으로서의 자질 부족 때문에 부적격 처리되었다고 하지만, 특정 질문에 대해 예정된 답을 제시하지 않은 응시생들에게 심층면접을 부과하는 등 불리한 처분을 했다는 점에서 이는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

사법시험 3차 면접의 목적은 필답고사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장래 법조인으로서의 인성 및 시험과목 외의 법률 분야에 대한 심층적이고 폭넓은 지식과 소양을 평가한다는 데 있다. 특히 사법시험은 행정고시나 외무고시 같은 국가공무원 임용시험이 아니라 법조인 자격시험이다.

법은 신의 영역 밖에서 죄와 벌을 단언적으로 판단하는 인간 문명의 총아이다. 또한 법을 적용하는 법조인은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에 깊숙이 관여하게 될 기회가 많으며 특정 이념이 아닌 인권과 정의라는 기준에 따라 합리적인 시각으로 문제의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할 의무를 지니게 된다.

이러한 법조인 선발시험에서 우리 헌법의 기본원리인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질문이 응시생들에게 여과없이 부과되었다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다. 설사 그러한 질문이 필요했다 하더라도 헌법상 기본 원리에 입각하였다면 최소한 본인의 뜻에 반하는 경우에 대답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는 부여했어야 한다.

시험제도는 그 시험을 통해 선발하고자 하는 인재의 미래상을 보여준다. 시험 과정에서부터 편향된 사고에 길들여진 법조인이 어떻게 다양한 이념과 가치를 포괄하는 국가와 사회 조직에서 균형잡힌 법 적용과 집행을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이러한 질문이 굳이 필요하다면 연수원 수료 후 판사나 검사 같은 공적 법조인 임용과정에서 제시하여도 늦지 않았을 것이다.

국가라는 조직은 주적에 대립하여 존재를 인식하는 실체가 아니다. '국제정치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는 말이 있듯이 한 국가의 가상 혹은 실체적인 적은 국제정세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의 주적이라 할 수 있는 이라크가 한때는 중동문제 처리 과정에서 미국과 밀월관계를 유지한 적이 있으며, 1980년대까지 적성 국가였던 중국도 지금은 우리 최대의 교역국이자 정치적으로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음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더욱이 현재 진행 중인 북핵 문제에 관하여 이분법적 가치판단을 유도하고 면접관이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았다고 법률가인 면접관이 예비법률가인 응시생과 논쟁을 벌였다는 것은 법조인 선발시험의 격에 맞지 않는 광경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 특정이념 아닌 인권ㆍ정의 기준해야

일제 때부터 큰 변화 없이 시행되고 있는 사법시험 제도는 법과대학 교육과정의 파행을 초래하고 국제화의 흐름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등 이미 많은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는 것으로 판명되어,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법개혁의 핵심의제로 제도의 근본적 변화가 다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현행 사법시험 제도가 존속하는 한, 평면적 필답고사의 단점을 그나마 보완할 수 있는 장치가 면접이다. 따라서 면접을 통하여 단지 적부 여부만 판단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실질적인 기준을 적용하여 응시생들을 평가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별 실익도 없는 국가관에 관한 질문보다는 필답고사를 통해 판단할 수 없는 법에 대한 철학적ㆍ문화적 인식이나 글로벌 시대에 필수적인 국제법 및 새로운 법분야에 대한 질문이 제시되어야 한다. 법무부의 전향적 사고를 기대해본다.

이용중ㆍ동국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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