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금은 고정금리, 대출은 변동금리 위주였던 은행의 예금ㆍ대출상품들이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융합하면서 고객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금리 상승에 맞춰서 자신에게 알맞은 상품을 선택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상품 선택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신한은행은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정기적금인 '탑스 CD연동 적립예금'을 다음달 1일부터 판매한다. 그동안 정기적금은 은행에서 자체 고시하는 고정 금리가 적용돼 왔으나 이번 상품은 3개월물 CD금리에 연동해 3개월마다 시장 실세 금리가 반영되는 것.
가입기간은 1년, 5년, 3년제 세가지로 변동 금리는 새로 적립되는 금액 뿐 아니라 이미 적립된 금액에도 적용돼 금리에 상당히 민감해지는 구조를 가져 금리 상승기에는 유리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서 예금도 동시에 하는 경우가 많은데, 금리가 오를 경우 대출이자는 늘지만 예금 이자는 늘지 않아 불만이 많았다"며 "금리상승기 이자 혜택을 받을 뿐 아니라 대출에 대한 위험 회피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출 상품 중에서는 3개월물 CD금리에 연동되는 변동금리 상품들이 주종이었지만, 3년이나 5년, 또는 10년간 고정금리가 적용되는 상품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농협과 하나은행이 지난달 최대 10년까지 고정금리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선보인 데 이어, 우리은행이 3년, 5년 고정금리 상품을 내놓았고 국민은행도 지난주 5년 고정금리 상품을 내놓았다.
이들 상품들은 고정금리 적용기간이 끝나면 이후부터 변동금리가 적용돼 고정금리와 변동금리가 섞인 혼합형 상품의 성격을 띄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의 아파트 파워론3의 경우 두 차례에 걸쳐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갈아타기가 가능하며, 하나은행의 셀프디자인모기지론은 6개월 단위로 갈아탈 수 있어 금리 추세에 따라 대응할 수 있다.
변동금리 대출 상품이 3개월물 CD금리에 연동한다면 이들 고정 금리 상품은 3년이나 5년 만기의 금융채 금리에 맞췄다. 현재 3년만기 금융채와 3개월물 CD금리 차가 0.3%포인트 정도 차이밖에 되지 않는 등 장단기 금리차가 상당히 좁혀진 만큼 고정금리 상품을 선택하는 것도 고려할만 하다.
특히 한은이 최근 단기예금의 지급준비율을 올린 반면, 장기예금은 지급준비율을 내려 은행들이 향후 장기예금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여 앞으로는 장기 금리가 더욱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은행 관계자는 "한은의 지준율 인상 여파로 향후 장단기 금리차가 확대될 전망이어서 고정금리 상품을 선택하려면 서두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지준율을 인상한 데 이어 콜금리도 올릴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금리는 계속 오름세를 탈 조짐이다. 때문에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금리 상승의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길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것도 위험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장 금리가 오를 것 처럼 보이지만, 내년 은행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금리가 다시 내려갈 가능성도 농후하다"며 "금리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고객들이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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