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은 국가에서 빌리고 건물만 소유하는 '토지임대부 주택분양제' 도입을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것은 주목할 만한 정책 제안이지만 현실성에는 적지 않은 의문을 갖게 한다. 특히 거두절미하고 '아파트 반값 공급'이라는 식으로 과대 포장하는 정치적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의 중간 형태로 주택 공급을 다양화하고 소비자의 선택 범위를 넓혀 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제안이다. 초기 분양가를 획기적으로 낮춰 집값 안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제안은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경선 때부터 주장하고 나름대로 오랜 기간 검토ㆍ발전시켜왔다.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에서도 지지자가 많아 입법화 전망도 밝은 편이다.
그러나 이 제도를 도입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먼저 정부가 땅을 장기 임대하려면 막대한 재정부담을 해야 한다. 판교신도시를 예로 들면 분양을 통해 당장 회수할 5조원의 토지비를 40년에 걸쳐 회수해야 한다. 당연히 제도가 도입돼도 공급은 소량에 그칠 수밖에 없고, 주택 가격안정에 미치는 영향력도 그만큼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분양가 외에 토지 임대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 그 액수는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고, 이를 낮추려면 재정부담은 더 커져야 한다. 전세 보증금 형식으로 한꺼번에 임대료를 받을 수도 있지만 그 경우 사실상 분양가가 올라가는 셈이 된다.
우리 국민의 주택 소유에 대한 남다른 집착과 자산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를 고려할 때 분양주택에 대한 상대적 가치만 높일 우려도 있다. 현재 200% 수준인 신도시 용적률을 한나라당 제안처럼 400%로 높일 경우 분양가는 낮출 수 있지만 그만큼 주거환경이 나빠져 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정치권이 모처럼 부동산 문제 해결에 발벗고 나서 활발한 대안을 제시하려는 것은 고무적이다. 다만 판단의 잣대는 정치적 계산보다 정책의 타당성과 현실성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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