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은 떼논당상이다.’
아마도 장미란(23ㆍ원주시청 플레잉코치)이란 이름 석자를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2004 아테네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여자역도 75kg이상급 세계기록 보유자, 2년 연속 세계선수권 제패 등 한국 여자 역도의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어가고 있는 주인공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2006 도하아시안게임을 가장 화려하게 빛낼 ‘별 중의 별’이다.
# 세계도 들었는데 아시아 정도야
아마 종목 최고의 스타
장미란은 한국 아마 종목 선수 중 양궁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세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5월 원주에서 열린 한ㆍ중ㆍ일 초청대회에서 75kg이상급 합계 318kg을 들면서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지난 10월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는 중국 무슈앙슈앙과 피 말리는 명승부 끝에 승리하면서 다시 한번 장미란이란 이름 석자를 전세계에 떨쳤다. 탁구의 유승민, 수영의 박태환 등과 더불어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아마종목의 별’들 중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자신과의 싸움
하지만 주변의 과도한 기대감이 바로 장미란의 ‘주적(主敵)’. 장미란도 이를 의식하고 있다. 그는 “세계신기록을 세운 뒤부터 언론의 관심이 부담스러울 정도였어요. 현재로선 부담감이 가장 큰 적이죠”라고 털어놓으면서도 “그렇지만 부담은 별로 안 가지려고 마음 먹고 있어요”라고 차분하게 말했다. 2006년 들어 더욱 스타덤에 오른 장미란은 수많은 언론의 취재 요청이 있었지만 훈련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만 응했다. 우승에 대한 중압감과 스트레스는 낙천적인 성격으로 어렵지 않게 이겨냈다고. 다른 역도 선수들과는 달리 장미란은 심적 부담을 비교적 쉽게 극복해 낸다는 주변의 평가다. 염동철 여자역도대표팀 감독은 “다른 선수들은 보통 대회가 임박하면 스트레스 때문에 극도로 예민해지지만 장미란은 다르다. 성격이 순해서 스트레스를 잘 받지도, 드러내지도 않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컨디션 회복이 최대 변수
도하아시안게임을 약 1주일 앞두고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장미란은 지쳐 있었다. 지난 10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뒤 곧바로 전국체전에 참가하면서 피로가 쌓였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컨디션이 좋을 리 없다. 설상가상으로 허리통증까지 느껴 물리 치료를 받는 등 출국 직전까지 정상 컨디션을 되찾지 못했다. 10월 도미니카공화국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도진 중이염이 완치되지 않은 것도 걱정거리. 염동철 감독은 “아시안게임을 앞둔 장미란의 컨디션이 좋지는 않은 편”이라며 “강도 높은 훈련은 자제하고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훈련에 열중해왔다”고 말했다. 장미란이 첫 바벨을 드는 날은 오는 6일(한국시간). 그때까지 컨디션을 되찾을 수 있을 지의 여부가 메달 색깔을 가르는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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