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청을 방위성으로 승격시키는 법안이 30일 일본 중의원을 통과했다. 자위대의 해외활동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고 있는 이 법안은 다음달 참의원 심의만이 남아 이번 국회에서 성립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일본 정부는 법안이 성립될 경우 내년 1월부터 즉시 방위청을 방위성으로 승격시킬 방침이다. 방위청이 이름을 바꾸게 된 것은 1954년 발족한 후 52년 만에 처음으로, 전후 국제정세와 일본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국가위기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앞세우며 방위성 승격을 추진해 왔다. 내각부의 외국(外局)으로 돼 있는 지금의 방위청 조직은 법률상 담당 장관이 총리로 돼 있는 등 효율적인 조직 운용에 제약이 많다고 판단한 것이다. 독립 조직인 방위성으로 승격할 경우 담당 장관이 각의 개최를 직접 요구해 긴급상황에 대처하는 등 조직 운용을 강화할 수 있다. 또 재무성에 독자적으로 예산을 요구할 수 있고, 직원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다는 점 등을 들며 성 승격의 필요성을 호소해 왔다.
그러나 이 같은 명분은 표면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단지 명칭만 방위성으로 바뀐다고 해서 장관이 총리의 통수권을 대체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보다는 전후 일본의 안보상황을 상징해 온 방위청의 명칭 변경 자체에 더 많은 의미를 싣고 있다.
군국주의 대한 반성이 담겨 있는 방위청이란 명칭 변경 및 성 승격 작업은 전후 보수 우익 세력의 숙원 과제였다. 1964년 이케다 하야토(池田勇人) 정권도 방위성 승격을 각의 결정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실험과 중국의 급격한 부상 등으로 조성된 국내의 위기감을 배경으로 다시 한번 법안을 밀어붙였으며, 드디어 성공한 것이다.
한편 이번 법안에는 자위대의 해외활동을 ‘부수적 임무’에서 ‘본래 임무’로 격상시키는 자위대법 개정안도 포함돼 있다. 자위대의 본래 임무를 규정한 이 법 제3조에 ▦주변사태 시 미군을 후방지역에서 지원하는 활동 ▦유엔 평화유지활동(PKO)과 이라크파견 등 국제사회의 평화를 유지하는 활동 등을 추가, 자위대의 해외활동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이 자위대의 해외활동을 항구법으로 규정하는 ‘국제평화협력법안’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거둔 또 하나의 성과다. 일본의 국시인 ‘전수(專守)방위’를 무색케 할 정도로 자위대의 해외 활동은 더욱 활발해 질 전망이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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