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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프리가 만난 사람-뉴욕 진출하는 부부 보석디자이너 홍성민·장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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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프리가 만난 사람-뉴욕 진출하는 부부 보석디자이너 홍성민·장현숙

입력
2006.11.30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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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에서 여자는 남자에게 “당신, 호모(동성애자)냐”고 물었다. 남자는 바둑알처럼 작고 차갑고 단단해보이는 여자에게 막걸리를 한잔 사면서 말했다. “연애말고, 같이 일해봅시다.” 몇 년 뒤 둘은 부부가 되었다. 그리고 함께 일한지 10년, 국내 보석디자이너로는 처음 내년 봄 뉴욕에 첫 단독매장을 낸다. 쥬얼버튼의 부부 보석디자이너 홍성민(38)-장현숙(39) 커플이다.

“우리 디자인력이면 세계 최고의 소비시장 미국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밑천입니다.”

홍-장 커플이 세계를 겨냥해 내놓는 브랜드 에조크 뉴욕매장은 맨해튼에서도 손꼽히는 패션거리 매디슨 애비뉴에 들어선다. 샤넬 불가리 루이비통 베라왕 등 초호화 브랜드숍이 즐비한 곳이다. 20평 남짓 작은 매장이지만 한달 임대료만 3,000만원이 넘고 브랜드의 재정상태에 대한 증명이 있어야만 입점이 가능할 정도로 이미지관리가 엄격한 곳이어서 매디슨 애비뉴 입성은 그 자체로 미국 상류 소비시장에 진출했다는 상징성을 갖는다.

이들의 뉴욕 진출은 2004년 겨울, 세계 3대 보석쇼중 하나인 JA뉴욕에서 ‘황금사과상’을 수상한 것이 계기가 됐다. 황금사과상은 전세계에서 참가한 2,000여 업체중 가장 디자인력이 뛰어난 3개 업체를 선별해 시상하는 것. 홍-장 커플은 첫 참가에서 이 상을 거머쥐었다. 내친김에 쥬얼버튼 뉴욕법인을 세웠다. 이듬해 여름 JA뉴욕쇼에서는 4억5,000만원 짜리 에메랄드 반지가 뉴욕 보석상에게 팔렸고, 전세계에서 정상급 디자이너 50여명만 가입돼있다는 ‘인터내셔널 쥬얼리 디자이너 길드’의 정회원이 되는 영광도 누렸다. 한국 보석디자이너로는 처음이다.

“운이 좋았어요. 첫 참가에서 상을 받자 바로 ‘W’ ‘JCK’ 등 유명 패션 및 보석전문지에 소개되고, 현지법인 설립하고… 모든게 순식간에 일어났어요. 단돈 500만원으로 시작한 사업이 이제 해외까지 뻗어나가게 됐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요.”

500만원 단칸 셋방에서 시작하다

홍-장 커플이 공동대표로 운영하는 쥬얼버튼은 1996년 안국동의 7평짜리 월세 500만원짜리 셋방에서 시작됐다. 홍익대 전자공학과를 중퇴하고 이리직업전문학교에서 보석가공을 공부한 뒤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던 홍씨가 드비어스가 주최한 다이아몬드 국제대상(1994년)을 수상하며 줏가를 올리던 장씨를 찾아가 동업을 제안한 것이 시작이었다. 보석사랑에 푹 빠져있던 두 사람은 곧 의기투합했고, 사상 최대의 환란기였던 IMF는 기회로 다가왔다.

“외환위기 직후 커플반지라는 것을 처음 소개했어요. 체면문화에서 벗어나 사랑이 담긴 실속 있는 예물문화를 정착시켜보자는 취지였는데 마침 외환위기를 타고 엄청나게 히트하면서 디자이너 보석브랜드 쥬얼버튼의 입지를 견고하게 다질 수 있었죠.”

보석디자이너로 승승장구하면서 7평짜리 월세 스튜디오는 이제 북악과 인왕의 기가 어우러지는 부암동 3층짜리 단독 사옥으로 확대됐다. 그 사이 둘 사이엔 5살짜리 외아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담은 새 브랜드 ‘애족(愛族)’이 새로 태어났다. 애족은 해외시장을 위한 브랜드로 거듭나면서 올해 ‘에조끄’로 거듭났다.

물과 불, '통'하다

홍씨는 스스로 “라틴의 피가 흐른다”고 말한다. 그만큼 정열적이라는 뜻이다. 사옥 3층에 라틴댄스 전용 홀을 갖춘 것도 그런 이유다. 장씨는 냉철하기가 날 선 단도같다. 언뜻 물과 불처럼 이질적인 이 부부는 그러나 적어도 사업에 관한한 ‘환상의 커플’로 통한다.

“제 디자인은 화려하고 여성적이예요. 반면 (장)현숙씨는 남성적이고 강하면서 정교하죠. 정반대의 성향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큰 것 같아요.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까요.”

결혼생활은? “워낙 성격이 다른데 조용할 리 있나요. 처음엔 서로 원색적으로 욕해가면서 무지 싸웠어요. ‘너 누구꺼 표절했잖아’ 정도는 예사였죠. 그리고 좋은 알(보석)은 서로 숨겨요. 자기 것 더 좋은 걸로 하려고, 각자 방에 보석금고도 따로 뒀다니까요. 지금은? 서로 (디자인을) 베껴요!”

욕망의 극, 보석에서 얻은 지혜

커플은 보석을 ‘욕망의 극(極), 물질의 극(極)’이라고 부른다. “원석은 아프리카 같은 세상에서도 가장 못사는 지역에서 나와요.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의 기업체가 상품화하죠. 수많은 사람들의 욕망과 회한이 투영될 수 밖에 없는 것이 보석이예요. 보석을 들여다보면 처음엔 그 아름다움에 매혹되고 다음엔 갖고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히지만 마지막엔 인생의 헛헛함을 느끼게 되지요.“

삶의 의미를 성공이나 돈 보다 행복에 두는 편이라는 두 사람.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하는 일상에 있다고 믿는다. “원래는 45세까지만 일하고 은퇴해서 즐겁게 놀며 살고 싶었어요. 그런데 새 일을 벌였으니 50세까지는 더 해야겠지요?”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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