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해지기 쉬운 겨울철 실내공기의 습도를 유지해주는 가습기는 이제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반드시 갖추는 필수품이 됐다. 하지만 이 가습기를 올바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세균번식의 온상으로 돌변해 아이의 건강에 독이 될 수 있다.
보통 밀폐된 실내에서 습도 조절 없이 난방기만 가동하면 기관지 점막이 상처를 입게 된다. 이때 가습기를 틀어 실내 습도를 높여주면 숨쉬기가 한층 편해지고 거칠었던 목이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기도에는 섬모(殲毛)라 불리는 털이 있는데 이 것이 끊임없이 움직여서 기도의 이물질, 가래 등을 체외로 내보내는 작업을 한다. 하지만 실내의 습도가 떨어지면 이 섬모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 특히 감기에 걸렸지만 코를 풀지 못하는 영아들의 기관지를 손상시키게 된다.
대전 선병원 소아과 김수정 과장은 “열이 나고 가래가 많은 대부분의 호흡기 질환에는 가습기가 좋으며 후두염, 폐렴, 모세기관지염 등의 경우에도 가래를 묽게 해주고 열을 떨어뜨려 주는 역할을 한다” 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기관지 천식이 있어 기도가 예민한 아이의 경우엔 너무 자주 사용하지 않아야 하며 꼭 필요하다면 미지근한 물을 넣어 가습해 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가습기를 장시간 사용하다 보면 실내가 너무 습해지고 이로 인해 곰팡이가 번식하는 경우도 있어 자주 환기를 시켜줘야 한다. 집안 구조 때문에 환기가 어렵다면 선풍기를 창가에 놓고 집 밖으로 향하게 해서 틀어주면 환기에 도움이 된다.
가습기는 놓는 위치도 중요하다. 잠자는 사람의 머리맡에 놓으면 밤새 얼굴과 옷이 축축해져 체온을 떨어뜨리게 되고 감기를 유발할 수 있다. 가습기는 방 한 구석의 1.5m 높이에 두는 게 적당하고 잠자는 동안 약 2시간 30분 정도만 틀도록 조절해야 한다.
가습기를 사용하면서 주로 간과하는 게 내용물인 ‘물’이다. 물은 반드시 끓여뒀다가 식힌 것이나 정수를 해 사용해야 한다. 물통도 이틀에 한 번은 청소를 해서 곰팡이와 세균 번식을 막아야 한다.
한강성심병원 윤종률 가정의학과 교수는 “겨울철 감기를 비롯한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고 일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무작정 실내온도를 높이려 하지 말고 자주 공기를 환기시키고 습도를 올려줘야 한다” 며 “습도는 60%정도를 유지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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