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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간접광고 검은 뒷거래…협찬사 입김 "줄거리도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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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간접광고 검은 뒷거래…협찬사 입김 "줄거리도 바꿔"

입력
2006.11.30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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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한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이 운전하는 차량이 국내 브랜드에서 수입 브랜드로, 다시 다른 수입 브랜드로 수차례 바뀌었다. 드라마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덩달아 광고효과도 상승하자 제작진이 협찬사를 바꿔가며 PPL 명목으로 과도한 제작비를 요구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이처럼 드라마의 간접광고인 PPL은 방송계에서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PPL을 둘러싼 제작사와 협찬사 사이의 관계가 일방적인 것은 아니다. TV 드라마 제작에서 외부 협찬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협찬사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협찬사에 따라 주인공의 직업과 사용 물품이 정해지고 심지어 줄거리까지 바뀌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방송된 드라마 <루루공주> 가 대표적인 예. 주인공을 맡은 김정은은 협찬사의 비데 상품과 유사한 드라마 제목 때문에 ‘비데공주’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고, 급기야 과도한 협찬으로 드라마 내용이 왜곡되는 드라마 제작 관행에 대한 불만을 토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외주 제작사 관계자는 과도한 PPL의 이유에 대해 “드라마에 나오는 톱 스타의 출연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현재 각 방송사의 드라마 평균 제작비는 회당 1억원 수준. 시청률 때문에 스타 배우를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주연 배우의 출연료가 회당 1,000만~2,000만원에 달하자 중소 외주 제작사의 경우 제작비 부족을 PPL로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과도한 PPL이 등장하고, 그 과정에서 제작진이 협찬사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거나 요구하게 되는 유혹에 노출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폐단에도 불구, PPL의 간접광고 효과를 근거로 방송위원회의 심의규정 현실화 요구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민주당 손봉숙 의원은 “한류 붐을 타고 국내 드라마가 잇따라 수출되는 상황에서 국내 브랜드 노출을 통한 광고 효과를 노릴 수 있다”며 PPL 규제 완화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PPL에 대한 규제가 방송제작 현실에 맞지 않아 발생한 측면도 있다”며 “PPL 규제를 완화하고 협찬 수익이 개인적으로 유용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간접광고 대가 억대수수 PD 구속

드라마 간접광고(PPL) 채택이나 협찬사 선정을 둘러싸고 방송사 PD와 외주제작사, 광고주 사이에 거액의 뒷거래가 이뤄져 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 김대호)는 30일 외주제작사와 광고대행사의 드라마 PPL이나 협찬 청탁을 받고 각각 1억원 이상의 돈을 받아 챙긴 SBS 전 드라마 PD 김모씨와 이 방송 계열사인 SBS아트텍 소품담당 감독 박모씨를 구속했다. 김씨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퇴직했다.

검찰은 외주제작사 PD 등 8명도 같은 혐의(배임수재 등)로 불구속 입건했다. 검찰은 김씨 등이 제작비를 횡령하거나 연기자로부터 출연자 선정 대가를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PPL 대상 상품은 휴대폰에서 맥주 정수기 가구 자동차 등 다양했으며, 김씨 등이 제작에 관여한 드라마는 SBS 8편, MBC 2편, KBS 1편이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적발된 PD 대부분이 본인 명의의 은행계좌로 돈을 주고 받았으며,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중에도 거액의 돈을 챙겼다. 검찰 관계자는 “단순한 은행계좌 추적만으로도 금품 거래의 꼬리가 잡힐 만큼 외주제작업체, 광고대행사, PD 간은 금품 거래가 일상화 관행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특히 PD들이 별다른 죄의식이 없었다고 밝혔다. 뇌물 액수를 자신이 정해 먼저 금품을 요구한 경우도 있었으며, 상당수가 뇌물을 받아 주식 투자나 고급 자동차 구입 등에 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일부 PD들은 부족한 드라마 제작비 보충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금품을 수수했다고 주장했으나 대부분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비슷한 혐의가 포착된 방송사 관계자들을 추가 수사 중”이라며 “PPL 및 협찬과 관련한 금품 수수 관행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 방송사에서 공통된 현상으로 보고수사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PPL

영화나 드라마 등에 특정기업의 상품이나 브랜드 이미지를 끼워 넣는 간접광고기법. 원래는 소품담당자가 영화에 사용할 소품(Property 혹은 Product)을 배치(Placement)하는 업무를 뜻했다. 영화 (1982)에 초콜릿 캔디가 등장한 것이 본격적인 PPL의 시작으로 이 제품은 개봉 3개월 만에 66%의 매출신장을 기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뛰어난 광고효과 때문에 최근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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