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단속에 걸려 3번이나 해임위기에 처했던 한 경찰관이 법원의 구제로 다시 근무하게 됐다.
서울 모 경찰서 소속 박모 경위는 1996년(당시 경사) 서울 강남구 논현동 부근에서 운전도중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혐의로 붙잡혔다. 박씨는 경찰서에서 음주운전 측정을 1시간30분 가량 거부하다 결국 혈액검사를 통해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했으나 처벌 기준인 0.05% 이하로 나와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소속 경찰서장은 교통사고 후 도주했고, 잡힌 후에도 의도적으로 음주측정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박씨를 해임했다. 박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98년 대법원은 “박씨가 교통사고를 일으켰다고 할 수 없고 증거도 없다”며 무죄를 선고, 복직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박씨는 2002년 또 음주운전을 하다 서울 강동구 길동에서 형사입건됐다. 박씨는 검경 조사에서 범죄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처분을 받았다. 박씨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해임위기를 2번이나 넘긴 것이다.
박씨의 음주로 인한 3번째 해임위기는 올 2월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중 강남구 청담동 노상에서 음주단속에 걸려 현행범으로 체포된 것이다. 박씨는 경찰에게 남대문에서 장사를 한다고 신분을 속였지만 이내 들켰고 과거 2회 전력이 징계에 가중돼 또 해임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김의환)는 29일 박씨가 해임처분은 부당하다며 서울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판결했다. 재판부는 “과거 2차례의 전력이 모두 무죄, 무혐의로 확정된 사실을 징계 가중이유로 삼아 공무원의 신분을 박탈하는 것은 징계처분 정도가 지나치게 무겁다”고 밝혔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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