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이 중국으로 간 까닭은….” SBS <연인> 을 보고 떠오른 생각이다. 3, 4회 방송 분에서 주인공 강재(이서진)와 미주(김정은)는 중국 하이난다오(海南島)를 배경으로 서로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한다. 그곳에서 강재가 다른 조직에게 납치당한 미주를 구하러 모터보트를 타고 추격하는 장면은 멋있어 보이지만 딱 거기까지다. 드라마 속 중국은 남녀간의 ‘우연한’ 사건의 배경이자 눈요깃거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연인>
<연인> 외에도 KBS2 <눈의 여왕> SBS <게임의 여왕> 은 뉴질랜드, SBS <눈꽃> 은 일본에서 일부 촬영을 마쳤다. 하지만 이들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 반응은 썩 좋지 않다. <연인> <게임의 여왕> 은 시청률 10%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고 나머지는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해외 로케에 들인 비용과 노력을 감안해 보면 겸연쩍을 정도다. 게임의> 연인> 눈꽃> 게임의> 눈의> 연인>
드라마 해외 로케는 1991년 중국 사이판 필리핀 등지에서 촬영한 MBC <여명의 눈동자> 의 성공을 계기로 본격화했다.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에 징용된 조선인과 위안부의 질곡을 그린 이 작품에서는 해외 로케가 당연한 선택이자 극적 사실감을 부여하는 장치였다. 이후 IMF로 잠시 뜸해졌다가 2004년 SBS <발리에서 생긴 일> <파리의 연인> 의 성공 이후 ‘한류’ 열풍과 맞물리면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파리의> 발리에서> 여명의>
해외 시장을 고려한다는 이유로 한류 스타를 캐스팅하고 외국 현지에서 촬영한 작품들이 줄을 이은 것이다. 올해에도 <스마일 어게인> <봄의 왈츠> <천국보다 낯선> 등은 유럽 캐나다 등의 아름다운 자연을 담아냈지만 정작 탄탄한 이야기 구조와 같은 내실을 갖추지 못해 시청자의 외면을 받았다. 이는 해외 로케를 단순히 주인공들의 만남과 사랑을 이끌어 주는 ‘판타지’를 자극하는 요소로 이용한 탓이다. 천국보다> 봄의> 스마일>
물론 해외 로케의 장점은 있다. 이야기에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광활한 자연과 색다른 풍광은 시청자에게 쾌감을 선사하고 극의 밀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처럼 안일하게 극 초반의 화면을 멋있게 꾸미는 배경으로만 쓰인다면 시청자로부터 “낚였다” (‘속았다’는 의미의 인터넷 용어)는 평가를 받는 것은 당연지사다. 해외 로케로 인해 겉만 번지르르 해진 한국 드라마에 대해 제작진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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