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남자 축구에서 가장 많이 승리한 팀은 어디일까? 한국이다. 첫 출전이었던 1954년 마닐라대회에서 아프가니스탄에 8-2의 승리를 거둔 이후 2002년 부산대회까지 한국이 거둔 승리는 41승. 역대 최다 기록이다.
# 청소년대표 시절 '9골' 신화도
지난 28일 카타르 도하의 알 가라파 스타디움에서 방글라데시를 꺾고 아시안게임 통산 42승을 거둔 한국의 기세는 여전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20년 만의 정상을 노리는 우승후보로선 답답한 졸전이었다. 다만 2골을 넣은 박주영(21ㆍ서울)의 활약만이 위안거리였다.
골 맛 되찾은 천재 스트라이커
박주영은 상승세다. 지난 14일 일본과의 올림픽 대표팀간 평가전에서도 선제골을 넣었고, 카타르 입성 전 두바이에서 가진 알 자지라 2군과의 연습경기에서도 득점을 기록했다.
28일 방글라데시전에서도 후반 교체 출전했던 박주영의 투입 전후 한국 대표팀의 플레이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전반 2분 이천수의 선제골 이후 상대 밀집 수비에 막혀 공격루트를 찾지 못했던 한국은 후반 들어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와 슈팅으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물론 그 중심에 박주영이 있었다.
후반 14분엔 김치우의 크로스를 가슴으로 받아 반박자 빠른 슈팅으로 골네트를 갈랐고, 후반 29분엔 정조국의 헤딩 패스를 왼발로 차넣었다.
공교롭게도 카타르는 박주영이 청소년대표 시절이었던 지난해 1월 국제청소년대회에서 무려 9골을 넣으며 득점상과 MVP를 차지했던 ‘약속의 땅’이었다.
성장통 그리고 베어벡의 신뢰회복
박주영은 올해 지독한 성장통을 겪었다. 독일월드컵 이후 소속팀 FC 서울에서는 교체 멤버로 전락했고, 핌 베어벡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대표팀에선 엔트리조차 포함되지 못했다.
아시안게임 엔트리에는 우여곡절끝에 합류할 수 있었지만 당시 베어벡 감독의 평가는 냉정했다. “지금 당장의 기량이라면 아시안게임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할 것이다. 다만 몇 달 내로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발전 가능성’을 선택했던 것.
그러나 방글라데시전 활약을 지켜본 베어벡 감독은 “오늘처럼 두 골씩 넣어준다면 정말 행복할 것이다. 올 한해 좋지 않았던 점을 본인도 의식했는지 집중력을 갖고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박주영이 지독한 슬럼프를 딛고, 베어벡호의 해결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그 결과에 따라 20년 만의 축구 우승이 좌우될 전망이다. 대표팀은 오는 2일 오후 11시15분 베트남과 B조 예선 2차전을 갖는다.
도하(카타르)=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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