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시드니올림픽 10만개, 2004년 아테네올림픽 13만개.
최근 열린 올림픽에서 각 국 선수단에게 지급된 콘돔의 숫자다. 전세계의 혈기왕성한 청춘남녀들이 모이는 자리이니 만큼 ‘눈 맞는 일’이야 막을 수 없는 것. 다만 원치 않는 임신과 성병에 대한 걱정을 떨칠 수 있도록 각종 종합대회에선 천문학적인 개수의 콘돔이 배포된다.
한술 더 떠 아테네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경기로 지친 선수에게 필드에서 뿐만 아니라 침대에서도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며 콘돔 제공의 거창한 명분까지 내세운 바 있다.
그렇다면 제15회 아시안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카타르 도하는? 생각을 접는 게 좋다. 대표적인 중동의 친미(親美)국가로 급속도로 개방되고 있는 카타르이지만 여전히 이슬람의 보수적인 성문화의 틀을 벗어나진 못하고 있다.
카타르 교민회장인 문광일(55)씨에 따르면 도하에선 남녀가 같은 호텔에 묵기 위해선 둘의 관계가 부부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시해야 한다.
콘돔도 카타르에선 구하기 힘든 물건이다. 무슬림인 카타르 국민들은 콘돔을 사용할 수 없다. 인위적으로 출산을 조절하는 산아제한, 낙태 등은 이슬람 문화에선 엄청난 죄악이다. 때문에 콘돔은 공식적으론 유통되지 않는 품목이다. 이런 문화 때문에 카타르 여성 중엔 10년 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고 10명의 자녀를 출산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는 것. 다만 외국인의 경우엔 약국에서 콘돔을 구할 수 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인 아시안게임 선수촌에서도 복장에 대한 ‘체크’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의 한 선수는 “민소매를 입고 돌아다녔더니 ID 카드를 보자고 하더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오일 달러’를 앞세워 아시안게임에 엄청난 물량공세를 퍼붓고 있는 카타르지만 2년 전 올림픽에서 각국의 언어로 콘돔 사용법을 설명해주던 그리스의 ‘친절함’까지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도하(카타르)=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