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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로빈 꼬시기'로 스크린 데뷔한 다니엘 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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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로빈 꼬시기'로 스크린 데뷔한 다니엘 헤니

입력
2006.11.29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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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하십니까. 반, 갑습니다.” ‘버터 발음’이다. 그러나 또렷한 한국어다. 지난해 TV드라마 <내 사랑 삼순이> 로 뭇 여성을 설레게 한 이 남자, 다니엘 헤니(27). 이젠 한국생활이 제법 익숙해진 걸까.

188㎝ 높이에서 수직으로 낙하하는 듯한 늘씬한 몸매와 서글서글한 미소, 영국 신사의 친절함이 배인 몸 동작으로 브라운관을 점령했던 헤니가 이번엔 스크린 사냥에 나섰다. 엄정화와 공연한 가 그의 첫 극장가 나들이 작품이다.

헤니가 맡은 역할은 미끈한 외모에 탁월한 능력을 갖춘, 다국적 회사의 한국지사장 로빈. 사랑에도 차가운 승부욕을 드러내는 그는 순정파 부하 직원 민준(엄정화)과 엎치락 뒤치락 사랑의 줄다리기를 펼친다.

헤니를 위한 배려인지 영화 속 로빈은 한국어를 알아듣지만 말은 영어로만 한다. 귀는 좀 트였는데 말문은 아직 머뭇거리는, 현실의 헤니가 겹친다. “처음 서울에 왔을 땐 ‘~다’로 끝나는 게 한국어라는 정도만 알았어요. ‘날씨가 안 좋으니까…’는 ‘까’가 들어가니 의문문이라고 안 적도 있어요.”

이젠 제법 알아듣지만 여전히 이 땅의 언어는 그에게 낯설다. 특히 속어나 신세대 화법은 당혹스럽다. ‘아니거든’ ‘싫거든’ 등 꼬리가 슬쩍 올라가는 말을 들으면 정확한 의중이 무엇인지 몰라 당황한다.

한국어만 유창하면 <야심만만> <상상플러스> 등 TV 오락프로그램을 휘어잡을 수 있을 텐데라는 아쉬움도 있다. 그는 “정말 사람들 웃길 자신 있는데 그러지 못해 속이 탄다”고 했다. 언어라는 커다란 장애물 때문에 맡는 배역에도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 무척 만족한다.” 그렇다고 안주할 생각은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좀 더 한국어를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 그래서 좀 더 다양한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혹 할리우드에 진출해도 한국에서 계속 연기하고 싶어요. 저는 어디를 가든 ‘코리안 액터’(Korean Actor)니까요.”

언어 문제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와 영화 출연 섭외는 꾸준히 들어온다. 중국 홍콩 등지에서 합작영화 출연 제의도 왔다. 할리우드 제작사의 입질도 있었다. 한국에 오기 전 할리우드 문을 두드렸던 그지만 지금은 무조건 가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미국 친구들이 ‘그곳 활동을 발판 삼아 할리우드 올 수 있겠네’라고 해요. 그럴 때면 ‘내가 지금 하는 게 뭐가 나쁜데’ 하는 반감이 들어요. 할리우드가 영화 메카지만 다른 곳에서도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있잖아요.” 할리우드에 진출해도 그는 다른 아시아계 배우처럼 무술영화를 등에 업을 생각은 없다. “당당하게 서양인과 어우러지는 역할을 맡는 것이 배우로 키워준 한국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이다.

그는 “블록버스터가 아니지만 모든 사람의 기억에 남고, 한 사회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카사블랑카> 나 <쇼생크 탈출> 같은 명작에 출연하는 것을 배우로서의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대학시절까지 꿈꿨던 NBA 선수를 제외하면 딱히 되고 싶은 게 없었고, 그래서 연기를 운명으로 여겨온 그답다. 하지만 그에게 배우의 길이 녹록지만은 않다. “부드럽고 착한 이미지에 묶여 있는 것이 큰 부담으로 느껴지진 않아요. 그러나 식중독에 걸려 하루에 수 십번 토하면서도 사진이 잘 나왔을까 걱정하는 배우로서의 생활은 역시 힘들어요.”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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