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만 있고 손발은 없다.’
조류 인플루엔자(AI) 추가 발생으로 초비상 상태인 익산지역 방역당국이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공무원들이 현장근무를 기피하는데다 별도의 인력지원도 없어 방역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익산시는 지난 25일부터 이날까지 15만8,500여 마리의 닭과 돼지 434마리를 살처분하는데 연인원 304명을 투입했다. 당초 1,500명이 필요한 데 5분의 1수준이다. 이 중 공무원은 54명에 불과해 나머지는 ㈜하림 직원과 인력업체 인부 등으로 충당했다. 29일에는 2차 발생지 살처분에 공무원 4명과 환경미화원 49명을 긴급 투입했다.
이에 따라 당초 28일 마칠 예정이었던 1차 살처분도 29일에야 완료했다. 급기야 익산시는 26일부터 인력시장에서 20여명을 일당 7만5,000원씩 주고 고용했지만 인력은 태부족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농림부는 연락관 등 3명을, 전북도는 방역과 상황실, 통제소 등에 하루 20여명만 지원하고 있을 뿐이다. 인근 시ㆍ군들도 관내로 AI 불똥이 튈까 봐 걱정할 뿐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모습이다. 수해가 있을 때 가장 먼저 나서던 군부대도 외면하고 있다. 시 직원들은 ‘고병원성 AI가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다’는 이유로 살처분 작업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부가 살처분 범위를 1차와 2차 발생지역 반경 3㎞까지 확대할 경우 인력난은 더욱 악화한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살처분 대상이 41만3,000여 마리에 이르러 인력충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보름이상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익산=최수학 기자 shchoi@hk.co.kr
철새도래지에 'AI 불똥'
조류 인플루엔자(AI) 발생이후 감염원으로 추정되는 철새 도래지 주변에 불똥이 튀고 있다. 철새축제를 준비하던 자치단체가 행사 개최를 잇달아 취소하고, 탐조 관광객의 발길도 줄고 있다.
경남 창원시는 내달 23일 개막하는 제1회 주남저수지 철새탐조축제를 앞두고 안절부절하고 있다. 축제 강행땐 가금류 사육농가가 ‘초상집 분위기에 무슨 축제냐?’는 비난이 쏟아질 게 뻔하고, 취소하면 조류보호단체나 탐조객들로부터 원성을 살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박완수 창원시장은 “주남저수지에 발판 소독대를 설치하고 철새 배설물과 혈액을 수시로 채취하는 등 예찰 활동을 하고 있다”며 “전문가 의견을 들어 축제 개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전북 군산시는 성산면 철새조망대와 탐조회랑(回廊)에서 25일부터 실시할 예정이던 철새탐조행사를 무기 연기했다. 현재 철새축제를 열고 있는 충남 천수만 세계철새기행전위원회는 익산 양계농가 AI 발생 이후 28일까지 예약취소가 잇따르며 관광객이 급격히 줄고 있다고 밝혔다.
전남도내 대표적 철새 도래지인 순천만도 탐조객이 줄어드는 등 AI직격탄을 맞았다. 순천만자연생태관 관계자는 “흑두루미와 청둥오리가 장관을 이뤄 매년 관광객으로 북적거렸으나 요즘엔 탐조객이 500여명으로 평소보다 3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철새 도래지에서 보물단지 취급을 받던 철새는 이제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매년 겨울 수만 마리의 까마귀 떼가 날아드는 울산 울주군 범서읍, 북구 농소동, 중구 다운동, 남구 무거동 일대 주민들은 까마귀 떼가 엄청난 분비물을 쏟아내 우산을 쓰고 외출하고 있다.
최모(62ㆍ여ㆍ남구 무거동)씨는 “새까맣게 떼를 지어 날아든 까마귀의 분비물이 승용차나 빨래 등에 떨어지기 일쑤여서 자칫 병에 감염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울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서산=이준호기자 junhol@hk.co.kr
창원=이동렬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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