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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문제 해법은 무엇인가…국제관계 전문가에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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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문제 해법은 무엇인가…국제관계 전문가에 듣는다

입력
2006.11.29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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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에너지 지원은 조만간 재개될 6자회담 프로세스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국제문제와 국제 에너지 협력 전문가인 도널드 C. 헬먼 미 워싱턴대 교수와 노다리 알렉산드로비치 시모냐 러시아 ‘세계경제국제관계연구소’ 소장, 하용출 서울대외교학과 교수의 좌담 자리를 마련, 대북 에너지 지원을 중심으로 북핵 해법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28일 서울대 호암관에서 이뤄진 이 좌담에서는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미 중간 선거 이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 변화와 이라크 주둔군의 철군 문제에 관한 얘기도 나눴다. 헬먼 교수와 시모냐 소장은 27, 28일 서울대 통일연구소(소장 박명규 교수)가 주최한 국제학술회의 ‘동북아시아 에너지 안보와 한반도: 동북아시아 에너지포럼을 위하여’에 참석차 방한했다.

하용출 교수(이하 하)= 6자회담을 비롯해 한반도 주변 정세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하느냐는 것입니다. 핵 포기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북한이 강력히 요구해온 체제안전 보장과 함께 에너지 지원 문제가 핵심이라고 봅니다.

헬먼 교수(이하 헬먼)= 에너지는 6자회담의 키워드중의 하나입니다. 협상 테이블에서 참가국들이 거래를 위해 주고 받는 칩이기 때문입니다. 이 칩이 잘 쓰이면 문제는 술술 풀리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상황은 더 나빠질 것입니다.

북한을 뺀 나머지 5개 나라가 에너지 문제에 대해 확고한 협력 체계를 갖춘 다음, 함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관심을 가질 카드를 제시하는 방향이 적절하다고 봅니다.

물론 김 위원장은 귀가 솔깃할 만한 것을 제시한다 해도 넙죽 받지는 않겠지요. 그가 가장 관심 있어 하는 것은 북한 인민의 안녕과 평화가 아니라 자신의 지위를 어떻게 하면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지위를 보장할 수 있는 뭔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시모냐 소장(이하 시모냐)= 북한이 에너지 걱정을 하지 않도록 한다면 막혔던 대화 통로도 숨통이 트일 것입니다. 문제는 누가 나서서 어떻게 지원할 것이냐입니다. 결국 한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대북한 에너지 지원을 추진해야 합니다. 한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굳이 많은 돈을 들여 북한을 지원할 필요가 있느냐며 반대한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반드시 값을 치러야 합니다. 러시아가 큰 돈을 들여 가면서 옛 연방 국가들을 위해 파이프 라인을 건설한 것도 에너지 걱정을 덜게 해서 그들이 빗나간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하= 북한의 핵 실험 이전에는 북핵 문제를 에너지와 안보 두 가지 측면에서 따져봐야 했습니다. 북한은 부족한 에너지 때문에 핵을 개발한다면서도 체제보장을 위한 장치로 활용했고 한국 등 주변국들은 이 두 가지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북핵 실험은 더 이상 북핵을 에너지 측면에서 고려할 필요가 없음을 명확하게 한 계기가 됐습니다.

이제 북핵은 안보의 관점에서만 바라봐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북한이 핵폐기 대가로 요구하는 경수로 제공도 더욱 힘들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헬먼= 직접 사용하려고 핵무기를 개발하는 나라는 없다고 봅니다. 협상 카드의 성격이 짙은 것이지요. 6자회담 참가국 중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5개국은 안보 유지를 위해서 좀더 복합적인 카드를 들고 협상에 나서야 합니다. 여기에는 다양한 측면의 제재도 포함됩니다. 해외 원조, 에너지 원조 등 당근과 군사적 압박, 경제 제재 등 채찍을 함께 들고 나서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5개국이 공동보조를 취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시모냐= 경수로 건설이 과연 지금 이 상황에서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의문이 듭니다. 그것보다는 앞서 헬먼 교수가 말한 복합적인 대안을 만들어 5개국이 함께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봅니다. 물론 회담 주최국이자 북한과 가까운 중국이 강한 제재를 반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은 그 때‘세계 정세를 선도하는 국가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중국을 압박해 동참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하=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는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봅니다. 부시 대통령과 미 공화당의 패배는 이라크 전쟁을 포함한 외교정책의 실패 탓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인데 앞으로 부시 정부의 외교정책이 어떻게 변화할까요.

헬먼= 대화 없는 일방외교가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냉전시대에도 적과 얼굴을 맞대고 진지한 대화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부시 정부는 9ㆍ11테러 이후 미국식 자본주의, 민逞聆품?정답이라고 확신한 채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른 나라를 ‘악의 축’으로 낙인 찍고 일방적으로 외교정책을 밀어붙였습니다. 그 결과 이라크 전쟁은 실패로 귀결됐고 이라크의 내전화로 중동 정세는 더 불안해졌습니다. 중간 선거 패배는 미국민들의 심판이었다는 점에서 상징적입니다.

시모냐= 부시 정부는 동아시아에 대한 외교정책에서도 빵점입니다. 동아시아에 대한 구체적 외교정책이 없다는 것이 유일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형편 없습니다. 심지어 한반도 주변정세를 이끌고 있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동아시아는 계속 뻗어나가고 있으며 머지 않아 전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경제권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도 부시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아미티지 독트린(일본과의 우호 관계를 더 돈독히 해야 한다는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의 주장)’을 채택해 일본과만 가깝게 지내려 하고 있습니다. 반면 일본 이외 나라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 시절 한국, 중국 등 주변국과 관계가 틀어져 버렸다는 것입니다.

하= 동아시아 국가들 역시 적극적으로 외교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지적들도 많습니다. 동아시아 국가들에 주문하고 싶은 것들이 있을 법한데요.

헬먼= 동아시아 국가들은 현재 뿔뿔이 흩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아시아 국가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협력기구도 없고, 적극적으로 협력을 이끌어 내려는 노력의 흔적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동아시아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이를 더욱 뒷받침할 계기가 필요합니다.

한 가지 좋은 예로, 에너지 공동체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에너지를 얼마나 확보했느냐가 국력을 좌우할 만큼 에너지의 중요성이 커진 지금, 에너지 협력은 동아시아 국가들의 공동 이익을 추구하면서 일을 함께 해 나갈 수 있는 좋은 토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시모냐= 바로 옆에 있는 몇몇 나라와만 대화할 게 아니라 지역 내 모든 국가와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협력해야 합니다. 일부에서는 중국 일본 한국이 지나친 민족주의에 빠져서 지역 내 공동 작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하지만 세 나라의 민족주의는 건전하다고 봅니다. 문제는 동아시아 지역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질서가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대외관계보다는 내년에 있을 대선에만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일본은 미국과의 관계에만 신경을 쓴 채 역사, 영토 문제 등으로 주변 나라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중국은 아시아는 자신들의 것이라는 우월의식에 빠져 있을 뿐 직접 나서지는 않고 있습니다.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것이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

하= 한국에서 이라크 주둔 자이툰 부대의 철군 문제를 두고 논란이 뜨겁습니다. 여당 내에서도 즉시 철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시모냐= 한국의 조기 철군은 중간선거 패배로 흔들리고 있는 부시 정부의 뺨을 한 번 더 때리는 꼴입니다. 전면 철군 대신 이라크 파병에 대한 국내 반발 여론을 고려해 그 규모를 몇 백 명 정도 줄이는 것은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헬먼= 서둘러 철군해서는 안됩니다. 미국이 초당적으로 이라크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는 단계인 만큼 한국 정부는 미국의 정책 변화가 있을 때까지 좀더 기다릴 필요가 있습니다.

●도널드 헬먼(Donald Hellmann) 미 워싱턴 대 교수(정치학): 워싱턴대 국제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일본 경제, 아시아 정세 그리고 미국의 대외 정책 전문가로 미 국무부, 국가안보회의 등 정부 기관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민간 싱크 탱크에서도 정책 자문역을 맡고 있다.

●노다리 알렉산드로비치 시모냐(Nodari Alexandrovich Simoniya) 러시아 '세계경제 국제관계 연구소' 소장: 러시아 에너지 연구센터 소장, 사회과학원 국제분야 대표 등 국제문제 특히 에너지와 에너지 안보의 세계적 권위자이다. '러시아의 사회주의' 등 17권의 저서가 있다.

●하용출 서울대외교학과 교수: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미 버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비교정치와 사회주의 국제관계론, 러시아지역연구 등이 주 연구분야이며 <북방정책의 기원, 전개 및 영향> 등 다수의 논문과 저서가 있다.

진행= 이계성 정치담당 부국장 정리=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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