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유(JU)그룹 불법 로비의혹 수사의 칼날이 빠르게 정치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JU 연루의혹이 비록 경찰과 검찰에서 먼저 불거졌지만 의혹의 본체가 정치권이라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권영세 의원이 공개한 국정원보고서나 주수도(50ㆍ구속) JU 회장 측근 한(45)씨의 선물리스트 등을 통해 의혹의 일부가 공개되기도 했다.
더욱이 JU가 유명 정치인들이 다수 포함된 사회단체를 골라 거액을 기부한 사실 등 정치권 로비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도 복수의 정치인이 JU 측 로비를 받은 사실을 확인, 향후 수사는 정치권을 정조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은 주씨, JU 관계자의 계좌추적 등을 통해 비자금 조성규모와 이 돈이 정치권으로 흘러간 흔적을 추적하고 있다.
연루 정치인에 대해 검찰은 입을 열지 않고 있지만 검찰 주변에선 JU 로비스트로 알려진 한씨 리스트에 오른 열린우리당 P 의원, K 전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관심 둘 만한 복수의 정치인이 있다”면서 “혐의라기보다는 확인해볼 필요가 있는 정치인이 있다는 것만 말해 둔다”고 했다.
그러나 국정원 보고서는 주씨가 “보험 든다는 차원에서 정치인의 정치자금 헌금 요구에 과감히 응했다”고 언급해 앞으로 JU 의혹에 연루될 정치인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더구나 2004년 5월 검찰내사가 시작되자 “100억원 대의 비자금을 여야 당직자를 대상으로 살포, 내사를 중단시켰다”고 보고서는 적고 있다. 검찰의 다른 관계자는 “국정원의 청와대 보고서에는 거물급 여당 정치인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정치권 수사는 주씨의 사회단체 로비 마케팅도 한 축이 되고 있다. 주씨는 검찰의 내사를 받는 동안에도 유력 여야 정치권이 포함된 사회단체에 적극적인 기부활동을 해 왔다. 그는 고 강원용 목사에게 지난해 말 “평소 강 목사를 존경해 왔다”며 접근, ㈔평화포럼에 1억원 후원을 제안하고 이사로 등재됐다. 평화포럼에는 여당은 물론, 야당의 주요인사들과 전직 총리 등 유력 정치인들이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평화포럼 측은 “당시 재정난이 심해 후원금을 받았고, 우리가 주씨에게 이사등재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주씨는 또 2004, 2005년에 ㈔장준하기념사업회의 ‘청년 장준하’ 뮤지컬 등에 4억9,000만원도 후원했다. 티켓판매가 어려움을 겪자 주씨는 “우리 유통망으로 팔아보겠다”며 1억원 이상의 티켓을 팔아줬다. 이 사업회에는 역시 야당의 유력한 대권주자와 여당 실세 등이 상임위원을 맡고 있다.
기념사업회 측은 “2004년 주변의 소개로 주씨를 찾아가자 ‘평소 장준하 선생을 존경했다’며 선뜻 후원을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 회장은 기념사업회 회장인 이부영 전 의원과 한차례 만나 식사를 했을 뿐이며 다른 인사들과의 교류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주씨는 서경석 목사에게 복지사업비 명목으로 4억6,000만원을 주기도 했었다. 이런 주씨의 행태는 훗날 검찰수사 등 외환이 닥칠 경우를 대비해 인맥을 쌓는 신종 로비였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JU 자문위원단 한결같이 "나도 피해자"
검찰이 제이유(JU)그룹의 불법 로비 의혹에 수사 초점을 맞추면서 JU의 자문위원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04년 5월 구성된 자문위원단은 정치인과 전직 법조인, 경찰 등 유력인사 60여명으로 구성됐다.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사회지도층 인사와 가족들에게 수당에 차등을 두는 등 특혜를 줘 방패막이로 활용했다”고 기록돼 있지만 이들은 한결같이 “나도 피해자다”, “터무니없는 주장이다”고 항변하고 있다.
JU그룹 구조조정본부장과 계열사인 생활경제TV(SBN) 회장을 맡았던 김원길(63ㆍ한국여자농구연맹 총재) 전 국회의원은 “2년 전에 주 회장이 찾아와 언론을 해보려고 하는데 대표를 맡아달라고 했다. 국회의원도 그만 둔 상태라 수락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주 회장이 600억원을 투자해 케이블방송과 신문 1개를 합치겠다고 말했지만 10억원밖에 내지 않아 10개월쯤 일하다가 그만 뒀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JU 자문위원도 고문도 사업자도 아니다. 국민 대부분이 내 얼굴을 알 텐데 그런 다단계업체에서 계속 일할 리 없지 않냐”고 말했다.
그룹 고문으로 활동했던 박세직(73) 재향군인회 회장도 “주 회장과는 만난 적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박 회장의 부인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남편은 지난해 7월 지인 부탁으로 1번 특강했다. 이후 고문을 맡아달라는 끈질긴 제의가 있었다. 당시 JU는 미국 자본(암웨이)의 침탈을 막고 국내 중소기업을 살리는 이미지가 컸기 때문에 이름만 얹어줬다”고 말했다. 그는 “1달 반쯤 지나 JU가 다단계라는 소문을 듣고 남편이 주 회장에게 직접 사표를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자문위원으로 알려진 김강자(61) 전 총경은 ‘JU’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소리를 버럭 지르며 크게 흥분했다. 김 전 총경은 “다 사기 당했다. 내가 JU를 옹호한 것처럼 알려져 있는데 말도 안 된다. 돈 잃고 이게 뭔 꼴이냐”고 말했다. 김 전 총경은 28일 검찰에 자진 출석해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자문위원단 회장을 맡았던 서한샘 전 의원과 아나운서 출신으로 그룹 부사장으로 활동했던 박용호 전 의원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서 전 의원은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한샘닷컴’을 JU계열사로 편입시키기도 했고, 박씨는 주 회장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된 후에도 사업자들을 찾아 다니며 그룹 재건에 힘을 쏟았다.
‘수당 특혜’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고위 공직자 가족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재순(48) 청와대 사정비서관의 가족들은 “우리도 아직 수억 원을 받지 못했다”고 항변했고 주 회장의 측근인 한모(45)씨와 돈 거래를 했던 박영진 치안감과 서울중앙지검 K차장검사 누나도 “거래를 통해 이득을 본 것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주수도 옥중경영
정ㆍ관계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제이유(JU)그룹 주수도 회장이 ‘옥중 경영’을 통해 여전히 그룹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주 회장은 다단계업체 영업 방식에 대해 자문을 하기도 하고,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개 서신을 올리거나 편지를 보내기도 하면서 그룹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주 회장은 29일 JU그룹 사업자협회에 ‘JU Group 경영 및 언론보도들에 대하여’라는 200자 원고지 11매짜리 편지를 보냈다. 그는 “경찰서장 등은 한모 회장이 친분이 있어 개인적인 거래했던 것”이라며 “언론이 보도한 ‘선물리스트’는 비서실이 한 회장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명절 때 선물만 보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국가정보원 등이 제기한 의혹 중 본인이나 JU그룹 차원에서 문제된 것은 단연코 없다는 것을 밝힌다”며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주 회장은 지난달 말 JU피닉스 홈페이지에 ‘옥중 서신’을 싣기도 했다. 이 글에서 주 회장은 “마케팅의 성공을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플러스 알파 마케팅’을 해 누적과 소멸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며 사업을 독려했다. 그는 “음해세력이 JU그룹을 좌초시키기 위해 광기를 발휘하겠지만 정신을 더욱 굳건히 한다면 세상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 회장은 9월 열린 재판에서 직접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검찰이 ‘JU네트워크 후신 디포믹코리아의 영업 방식에 대해 지시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생필품 위주로 영업하라고 얘기해 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JU그룹 피해자들은 “구속 상태인 주 회장이 심복 명의로 법인을 설립한 뒤 JU관계사의 재산을 빼돌리려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JU그룹 측은 “주 회장은 순수하게 자문을 할 뿐이고 재산 도피 같은 일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주 회장의 주변 사람들은 이 같은 주 회장의 행동에 대해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자기 자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다”고 평가했다. 한 인사는 “사실인지 확인은 안됐지만 주 회장은 자신이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고학을 통해 성공했다고 말하고 다녔다”며 “사업 성공으로 인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과대망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적도 있다”고 꼬집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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